“백화점 천하명당은 에스컬레이터 주변”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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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모름지기 장사는 목이 좋아야 성공하는 법.

그렇다면 고급 백화점 내부에도 특별히 ‘목 좋은 곳’이 따로 있을까?

당연히 있다. 얼핏 보면 널찍한 장소 아무 곳에 이런저런 브랜드가 입점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각 백화점은 엄격한 기준으로 층마다 목 좋은 ‘명당’ 자리를 정해 놓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최고의 브랜드를 전진 배치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웨스트 등 6개 백화점의 명당자리를 분석해 본다.

○ VIP 주차장 출입구 주변도 명당

모든 명당이 다 그렇듯 백화점 명당의 기본 전제도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라는 평범한 진리에서 출발한다.

고객들이 가려고 하는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휙 올라가는 것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각 층을 한 번씩 둘러보게 해야 물건 팔기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백화점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다.

이런 기본적 전제 아래 다양한 추가 조건들이 붙는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웨스트는 에스컬레이터 주변 중에서도 왼쪽을 최고 명당으로 친다.

이는 오랜 관찰 결과 고객들이 무의식중에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 “의학적으로 봐도 사람은 오른쪽보다 심장이 있는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게 백화점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 중에서도 내려오는 쪽보다 올라가는 쪽을 더 좋은 목으로 쳐준다. 일 다 보고 집에 가려고 내려오는 고객보다, 지금부터 뭔가를 사려고 잔뜩 들떠서 올라가는 고객이 많은 쪽의 매장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점 1층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내려오는 쪽이 최고 명당이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가 하필이면 백화점 정문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샤넬’, ‘크리스티앙디오르’, ‘맥’ 등의 명품 브랜드가 차지했다.

명품 점포가 많은 신세계 강남점 2층의 최고 명당은 에스컬레이터 주위가 아니라 주차장에서 점포로 들어오는 출입구 주변이다. 바로 이 2층 주차장이 백화점의 최대 고객인 ‘VIP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버버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의류 매장이 있는 층에서는 구석진 곳에 벽을 끼고 자리한 이른바 ‘박스 매장’ 쪽에 명당이 많다.

가격이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이 좋지만 고급 의류는 고객에게 아늑함을 주는 조용한 곳이 장사가 더 잘된다.

○ 효율성-고객 취향따라 명당 배치하기도

백화점마다 명당자리를 내주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면적에 비해 매출이 좋아 효율성이 높은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백화점 주요 고객의 성향과 잘 맞는 디자인 업체를 전진 배치하기도 한다. 가끔 ‘팔은 안으로 굽는 경우’도 발견된다.

신세계 본점과 강남점은 9층 생활용품을 파는 곳에 자사 브랜드인 ‘피숀’을 명당자리에 전격 배치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웨스트도 백화점 측이 직접 운영하는 수입 멀티숍 ‘스티브 알란’에 2층 명당자리를 내줬다.

여성 의류 업체 가운데에는 고급 의류업체인 한섬이 주요 명당을 독식했다.

이 회사의 브랜드인 ‘마인’은 무려 5곳의 명당을 차지해 최다관왕에 올랐고, 또 다른 브랜드인 ‘타임’도 3곳을 차지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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