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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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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산품인 용과(龍果)를 재배하는 이곳에서 농장주 고태윤(54) 씨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비닐하우스 속을 바쁘게 오갔다. 그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활짝 핀 용과 꽃의 암술에 붓으로 꽃가루를 묻히고 있었다.
고 씨는 “매일 밤 9시부터 5∼6시간씩 이 일을 하다 보면 뼈가 저리고 발이 땅에서 떼어지지 않아 질질 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추석 때 고향에 모여 가족과 함께 용과를 나눠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시 정신이 번쩍 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맛없는 걸 파느니 차라리 버린다
삼정농장 주인 고 씨는 낮에는 이미 열린 용과 열매 표면에 균열이 생겼는지 확인하는 게 일.
제주 특산물인 용과는 칼륨 인 마그네슘 칼슘 아연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그리고 미네랄을 많이 담고 있어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인장 열매. 익는 정도에 따라 초록→분홍→자주→초록 순으로 색이 바뀐다.
분홍색일 때 수확하면 달지는 않지만 모양이 예쁘고 껍질이 단단해 유통과정에서 상할 염려가 없다.
하지만 고 씨는 용과가 초록색에 다시 가까워지고 껍질에 가벼운 균열이 나타날 때를 기다린다. 이때가 가장 달기 때문.
균열이 생긴 용과는 하루 뒤 터져버리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고 씨는 상당수 용과를 버린다. “그래도 나 힘들다고 막 크기 시작한 용과 시장을 죽일 수는 없지요.”
그는 연간 3t가량을 수확해 이중 1.8t을 롯데백화점에 납품한다. 올 추석에는 1t가량을 수확해 뭍으로 올려 보낼 계획이다.
○ “기름값 생각하면 농사 못 짓죠”
농약을 쓰면 3000평 비닐하우스를 가득 메우는 모기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지만 송 씨는 “추석 때 당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농약은 물론이고 단 한 톨의 영양소도 잡초가 먹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구슬땀을 훔쳤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농산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씨 없는 감을 고집한다.
2002년 L당 260원 하던 게 올해 650원으로 뛴 경유 값을 생각하면 진작 농사를 때려치웠어야 했다. 하지만 무농약과 씨 없는 감을 내세워 한 해 25t을 백화점과 할인점에 납품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의 모슬포수협 공장에서는 연초에 잡아 냉동창고에 보관해온 옥돔을 꺼내 진공포장을 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990년 설립된 모슬포수협은 어획물을 사들인 뒤 엄격한 품질관리와 ‘대한민국 최남단 수협’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해 롯데백화점 신라호텔 삼성에버랜드 등에 잇따라 수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모슬포수협 고태범 상무는 “냉동보관 중인 옥돔은 약 38t”이라며 “이 중 최고급품 12t 정도가 추석 때 유명백화점을 통해 전국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납품업체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게 상식. 하지만 이들 명품 농수산물 공급자들 앞에서만큼은 작아진다.
청과물 유통업체 ‘채과원’의 임진형 상무는 “협력 회사에 대한 대금은 통상 한두 달 뒤에 주지만 명품 농가만큼은 3일 이내 꼬박꼬박 현찰로 결제해 준다”고 말했다.
서귀포=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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