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 빗속 ‘분노의 행진’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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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 2만명 “파업市 안된다”경북 포항지역 8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시민 2만여 명이 태풍 우쿵의 영향으로 포항 지역에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18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 인근 공터에 집결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은 50일째가 됐다. 포항=최재호  기자
포항시민 2만명 “파업市 안된다”
경북 포항지역 8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시민 2만여 명이 태풍 우쿵의 영향으로 포항 지역에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18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 인근 공터에 집결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은 50일째가 됐다. 포항=최재호 기자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이후 운영 중인 식당의 월평균 매출액이 10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젠 더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18일 오후 4시 경북 포항종합운동장 정문 인근 공터에서 열린 ‘불법폭력 시위 규탄 및 포항경제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권오봉(55·식당업) 씨는 “포항건설노조의 장기파업과 불법 폭력 시위로 손해가 막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태풍 ‘우쿵’의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포항상공회의소와 포항지역발전협의회, 죽도시장상가번영회 등 지역 80여 개 단체 회원과 시민 등 2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이번 시민 궐기대회는 포항건설노조가 6월 30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두 번째 열린 것.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대도시 시민들이 대거 들고일어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불법 시위, 폭력 시위 포항경제 다 망친다’, ‘노조 권익 외면하는 정치노조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수십 개의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흔들며 건설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포항상의 최영우 회장은 대회사에서 “포항은 조국 근대화의 중심 도시이자 우리의 아버지, 형님들이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세계 최고의 철강도시”라며 “이런 포항을 위협하는 불법 폭력시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외부 세력이 이번 사태와 무관한 울산과 전남 광양 등지의 건설근로자를 불러들여 포항을 전국적인 시위의 장으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불법 폭력행위를 시민들이 나서서 강력히 막아내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외부 불법 폭력 세력은 당장 포항에서 떠날 것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불법 폭력시위를 즉각 중단할 것 △건설노조 집행부는 노사 대표 간의 합의안을 존중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태극기 등을 들고 대회장에서 형산 로터리를 돌아오는 2.5km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한편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소속 노조원 1000여 명은 이날 같은 시간 포항시청 앞에서 시민들의 궐기대회에 맞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측은 “이번 궐기대회는 포항시가 관내 통장을 통해 주민들을 동원한 명백한 관제 데모”라고 주장하며 “포항시와 포스코의 배후조종으로 움직이고 있는 관변 단체들의 명분 없는 데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포항=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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