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원료업체 카프로 파업에 속병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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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워 놨더니 이젠 애물단지로….’

국내 화학섬유업계를 대표하는 효성과 코오롱이 원료 공급회사인 ㈜카프로의 노사분규로 고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제조사인 카프로의 노사분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 회사 카프로락탐 생산량의 절반을 가져가는 효성과 코오롱에도 비상이 걸린 것.

임금 12.8% 인상 등을 요구해 온 카프로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3일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이에 맞서 12일 부분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이 회사는 현재 비노조원이 공장을 가동해 평소 생산량의 절반인 하루 350t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효성은 “이런 상황이라면 원료 재고가 한 달 후엔 바닥이 난다”며 “원료 확보를 위해 바스프, 우베 등 외국 원료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 관계자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조업단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카프로의 대주주가 바로 이 회사의 최대 고객인 효성과 코오롱이라는 점.

카프로 지분은 효성과 조석래 회장 등 효성 오너 일가가 27.73%를, 코오롱이 지분 19.89%를 각각 갖고 있다.

1969년 설립된 ㈜카프로는 1974년 기업공개 과정에서 동양나이론(현 효성)과 코오롱, 고려합섬이 지분 20.0%와 19.2%, 7.4%씩을 투자했다.

투자자이자 고객이기도 한 효성과 코오롱. 카프로라는 ‘자식’을 함께 키운 셈이지만 성장 과정을 보면 ‘애물단지’에 가깝다.

두 회사는 카프로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감정싸움을 계속했다.

1996년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의 보유 지분 변동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였고, 2002년에는 증설 규모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04년에는 카프로 노조가 40일 넘게 파업을 벌여 효성과 코오롱은 감산(減産)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안정을 찾은 듯한 카프로가 장기파업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자 두 회사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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