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현장에서/증권사 CEO의 휴가반납 ‘득과 실’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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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국내 주가가 많이 떨어지는 등 증시 주변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회사 실적에 빨간 불이 켜진 탓이다.

CEO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나니 그 밑의 임원들도 당연한 듯 휴가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다른 증권사 직원에게 그 CEO의 결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답변은 단호했다.

“민폐(民弊)죠.”

그는 “임원들만 여름휴가를 못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계약직을 제외한 팀장급 이상 거의 모든 직원이 휴가를 갈 수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영업점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사장님이 여름휴가를 가시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원래부터 여름휴가는 이틀 정도밖에 없었는데요 뭐.”

CEO가 여름휴가를 취소하는 것이 증권사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부문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실적의 대부분은 여전히 일선 영업점의 각종 수수료 수입에 크게 좌우된다. 소형 증권사는 영업점의 주식 매매 대행 수수료 수입이 전체 영업 이익의 80∼9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영업직 사원들은 CEO의 여름휴가 반납은 영업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변수는 사무직 직원들이다. 그들의 역할은 투자자들이 성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좋은 상품이라고 여길 만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휴식은 회복”이라고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회복된 몸과 정신에서 나온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의 하락 원인으로 “지난해 쉼 없이 상승한 데서 오는 피곤함”을 지목한다.

CEO가 휴가를 가든, 근무를 하든 주식시장은 열리고 매매는 이뤄진다.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다고 해서 부진한 실적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어려울 때일수록 직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단 며칠이라도 휴가를 갔다 오라고 격려하는 CEO를 보고 싶다.

손택균 경제부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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