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진 노조…무리한 파업 남발 우려

  • 입력 2006년 7월 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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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파업 닷새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30일 울산3공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했다. 울산=연합뉴스
닷새째 파업 닷새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30일 울산3공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했다. 울산=연합뉴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등 자동차 3사가 산별노조 전환투표에서 찬성함에 따라 한국의 기업별 노조 체계가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조합원 4만3000여 명으로 국내 최대인 현대차 노조 등의 산별노조 전환을 계기로 서비스, 건설, 화학섬유 등 다른 업종의 산별노조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별노조 체제에서는 노조의 투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사용자와 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노조의 잦은 대규모 파업과 정치적 요구,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 투쟁력 강화=자동차 3사 등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핵심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키로 결정한 것은 한마디로 노동계의 힘을 키워 보자는 의도다.

여러 개의 노조를 단일 노조의 깃발 아래 통합해 공동 행동으로 교섭력을 높이고 사회 이슈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노동계의 의지를 보여 준 셈.

동일 산업의 모든 노동자를 하나로 묶은 산별노조는 단체교섭과 파업에서 기업단위별 노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980년대 초 20%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10.6%까지 떨어졌다. 파업 남발과 노동계의 내부 비리로 국민이 노동운동에 등을 돌린 탓이다.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복수노조제가 시행되면 기업별 노조 체제로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산별전환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노동계의 정치 세력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산별노조 전환까지 이뤄지면 노동계는 주요한 사회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산별노조 전환을 부결시킨 금속연맹 산하 노조들은 하반기에 다시 투표를 추진하고, 금속연맹 이외의 여러 연맹도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할 전망이다.

▽잦은 파업과 정치 공세 우려=산별노조 체제가 한국 사회에 독(毒)이 될지 약(藥)이 될지 예단할 수 없다.

경영계는 “산별노조가 강화된 교섭력으로 사용자를 무리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남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발생한 287건의 노사분규 중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111건으로 전체의 38%나 됐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까지 합치면 전체 파업의 절반을 차지해 산별노조가 노사분규의 핵심에 있음을 보여 줬다.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도 공동 교섭을 통해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기업 노조의 권력 독점을 막을 수 있고 노사 쟁점에 대해 일괄 타결을 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기존 대기업 노조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산별 전환 과정도 순탄치 않을 듯=산별노조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업종 전체 차원에서 산별 교섭을 벌인다면 기존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고임금의 대기업 근로자는 임금 삭감은 아니더라도 인상 자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산별노조에 대응해 사용자가 산별 교섭을 위한 창구 단일화에 나설지는 확실치 않다. 산별 사용자 단체가 구성되지 않으면 산별 교섭 체제는 당분간 어렵다.

공동 교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협약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관계법과 제도의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논의할 때 산별체제 정착을 위한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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