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냐 타의냐…李국세청장 사퇴논란 확산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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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사퇴 의사를 밝힌 이주성(사진) 국세청장의 사표가 하루 만에 수리됐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며 “사의 배경은 본인이 밝혔듯이 건강 문제와 후배들을 위한 용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 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이런저런 추측 보도들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고 특별히 언급할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관계 안팎에서는 정치권 압력설, 인사 잡음을 둘러싼 내부 투서에 의한 낙마 가능성 등 갖가지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는 이 청장의 사임 배경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이 청장이 어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뒤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며 외압에 의한 사퇴가 아니냐고 물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당과는 관련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여당에서 사퇴를 요구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27일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결산심사에서 세금 문제 등으로 (이 청장이) 여야 의원들에게 많이 시달리지 않았겠나”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정권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마지막으로 ‘내 사람 챙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청장의 재임 기간이 길어지면 꼭 챙겨야 할 사람을 챙기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직선적이면서 완벽주의자인 이 청장의 성격이 전격 사퇴의 배경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4월 세무사시험에서 잇따라 오류가 발견돼 자존심이 상한 데다 여당이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끼던 중 이런저런 잡음이 나자 사표를 냈다는 것.

이 청장은 이날 오전 병원에 들른 뒤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퇴임식은 29일 오전에 열린다.

국세청은 후임 청장이 내정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칠 때까지 전군표 차장이 청장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전 차장은 그동안 미뤄온 국장급 이상 간부에 대한 인사를 30일경 실시해 조직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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