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내달 10~14일 서울서 2차 협상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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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0∼1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대규모 반대 시위가 예상돼 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1일 “다음 달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최대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최대 규모 시위=이번 범국민대회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1만여 명 등 농민 3만∼5만 명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3000여 명 등 대학생 5000여 명, 민주노총 소속을 비롯한 노동자 수만 명이 참가하는 올해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범국본 출범 당시 270개였던 참여 단체는 현재 310여 개로 늘었다. 이들은 범국본과 별도의 투쟁도 준비 중이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2일 하루 ‘한미 FTA 저지’ 등을 목표로 전국 총파업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언론노조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다음달 10∼14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다음 달 1일 영화인 1만여 명이 참가하는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문화제’를 대학로에서 열고 사흘 동안 영화 제작을 중단할 예정이다.

▽과격 시위와 반미투쟁 우려=청와대와 경찰은 시위가 과격해지고 반(反)FTA 투쟁이 ‘반미 투쟁’으로 확산돼 정치 투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범국본이 워싱턴 집회 때 ‘이번에는 평화집회였지만 서울에서 열릴 집회에서는 우리의 힘을 보여 줄 것이다’고 공언한 만큼 과격한 집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범국본 측은 “경찰이 과잉진압을 하지 않는 한 평화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으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측은 “1일 집회는 강력한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범국민대책위(범대위)’도 참여한다. 범국본 관계자는 “FTA는 경제협정이긴 하지만 정치 사회를 포괄하는 것으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며 “평택 범대위가 집회 때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범국본 지도부가 사실상 평택 범대위 지도부와 겹쳐 있어 시위 강도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 파장 예의주시=청와대는 이달 초부터 FTA 반대운동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부도 국무조정실, 노동부, 농림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및 기관 간에 정보를 교환하면서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화를 통한 해결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협상 보고회의에 한미 FTA에 반대하는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참석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주최한 한미 FTA 토론회에 FTA 반대론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한 것도 청와대 측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 부처가 FTA 반대론자와 마주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정부가 그동안 제대로 된 의견수렴 기회도 없이 한미 FTA를 강행하려 한다”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은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초청한 오늘 보고회의는 공청회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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