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규제, 레드카드! ”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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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부산에서 가로수를 훼손하면 복구비뿐 아니라 새로 나무를 심는 데 드는 비용을 2년 동안 시에 맡겨야 한다. 2년 안에 나무가 죽으면 맡긴 돈은 날아간다.

# 사례 2

울산 울주군은 이장(里長)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되 이장이 ‘불미스러운 행위’를 하면 장학금 지급을 중단한다. 어떤 행위가 불미스러운 것인지는 규정에 없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규제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실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05년 지자체 규제개혁 이행실태 점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등에 18일 배포했다.

점검은 부산 광주 경남 등 9개 광역지자체와 울산 울주군, 전남 순천시 등 11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보고서는 “1999년 이후 규제 관련 실태 점검을 10번 했지만 주요 지적 사항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 규제, 규제, 규제

이 보고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규제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 규제 △불필요한 서류 요구 등 범주에 속하는 89가지 규제를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부산의 민속예술관 사용료 징수 조례에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사용자 부담으로 필요한 설비를 설치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시가 필요로 하는 설비에 대한 부담을 사용자에게 지우는 것이어서 불합리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남 순천시는 놀이방 등 가정보육시설 인가를 내주면서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신청자에게 법정 서류가 아닌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다 중단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전북 익산시는 수도공사업자에 대한 영업 규칙을 정해 사업자가 종업원 이동 현황을 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은 조항이어서 삭제해야 한다고 규제개혁조정관실은 지적했다.

○ 규제개혁 실효성 없어

이 보고서는 “각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고 이를 혁파하려는 의지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제시한 규제개혁 지침을 따라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이명규 규제개혁2심의관은 심지어 “지자체들이 규제의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오히려 중앙정부가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법제팀에서 조례를 만들 때마다 관련 분야를 잘 모르는 규제개혁 담당자 한두 명이 새 조례가 규제인지 아닌지를 가려야 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의적 판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그는 “규제심사 한번 하려면 공무원과 민간위원들을 소집해야 하는데 그런 번거로운 일을 누가 달가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시도별 규제 실태 공개해야”

규제개혁조정관실은 이번 주에 실시하는 대전 경기 강원 경북 등 8개 지자체에 대한 실태 점검 때 문제점 지적과 함께 규제개혁 관련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규제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진다고 보고 설득에 나선 것.

특히 주택 분야에 대한 중점 교육을 위해 행자부와 건교부 공무원 4명을 차출해 직무교육 강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지자체별 규제 실태를 공개해 지자체들이 서로 현황을 비교하면서 자율적으로 규제를 줄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방자치단체별 규제 관련 지적 사항
지자체지적 건수주요 지적 내용
부산시7가로수 훼손 때 나무 값 2년 예치
부산 해운대구1규제사항 관리 소홀
대구시7택시운전사업면허규정이 상위법 범위를 넘어섬
대구 북구5명확한 근거 없이 배출시설 규제
울산시6공동주택 조경문제를 시와 협의토록 규제
울산 울주군5이장의 불합리한 행위가 있을 때 자녀 장학금 지급 중지
광주시6건설용역업체 사업능력평가를 조례 없이 지침만으로 운영
광주 서구3보육시설 설립자 선정 지침을 법령 근거 없이 운영
인천시1규제심의 없이 주차장 관리규칙 제정
인천 서구3규제심의 없이 분리수거 조례 등 제정 및 개정
충청북도2규제 심의 없이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
충북 청원군4규제개혁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하지 않음
충청남도5조례마다 공원 사용료 면제 범위가 다름
충남 연기군5조례표현이 ‘군수가 인정하는 행사’, ‘군수가 정하는 금액’ 등 모호
전라북도5폐지된 자치 법규 운영
전북 익산시7상위법 근거 없이 수도공사업자에게 종업원 현황 신고 의무 부여
전남 목포시3영화 상영 신고 때 법정서류가 아닌 등급 분류결정서 요구
전남 순천시4보육시설 인가 때 신청자의 성적증명서 요구
경상남도4상위법에서 폐지한 과태료 조항을 조례로 규정
경남 창원시6개인택시면허 발급 때 법정 외 서류인 호적초본 요구
2005년 10월 실태점검 결과. 자료: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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