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50인치 PDP 산다

  • 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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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TV산업 올해로 40년

온 동네 사람이 한집에 모여 앉아 TV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부(富)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TV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1966년 금성사(현 LG전자)의 19인치 흑백 TV로 시작한 국내 TV 산업이 올해로 40돌을 맞았다.

그동안 TV 가격은 정보기술(IT) 발전과 수요 변화에 따라 크게 변해 왔다. 40년 동안 TV 가격의 변천을 ‘쌀값’과 비교해 보면 변화상을 알 수 있다.

국산 1호 TV인 1966년 금성사의 19인치 흑백 TV 가격은 6만8000원이었다. 당시 80kg짜리 쌀 한 가마가 2500원이었으니까 27가마 넘게 살 수 있는 큰돈이다. 현재 쌀 한 가마가 18만 원 안팎이니까 486만 원에 해당한다. 50인치대 PDP TV를 살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TV 가격은 기술 발전과 맞물려 크게 떨어졌다. 20인치 평면 브라운관 컬러 TV는 현재 15만 원 선. 40년 전 비슷한 크기의 흑백 TV가 쌀값의 27배였던 것이 지금은 쌀 한 가마 값에도 미치지 않는다.

1980년대 컬러 방송 시작과 함께 등장했을 때 컬러 TV 값은 14∼19인치 제품이 20만∼60만 원 선으로 당시 쌀값(한 가마에 6만∼7만 원)의 3∼9배 수준이었다. 당시 사무직 회사원들의 월급이 30만∼4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싼값이 아니었다.

1990년대 초 등장한 가로세로 비율이 16 대 9인 36인치 와이드 TV의 가격(250만 원)도 당시 쌀 한 가마 값(11만∼12만 원)의 20배가 넘었다.

LG전자가 1999년 처음 40인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내놓았을 때 가격은 1600만 원으로 중대형 승용차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당시 쌀 한 가마 값(19만 원 선)의 84배가 넘는다.

그러나 디지털 TV 가격도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수요 증가로 크게 떨어졌다.

현재 40인치대 디지털 TV 가격은 300만∼330만 원 선으로 쌀 16∼18가마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대중적인 수준으로 가격이 내린 셈이다.

그럼 앞으로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전자업계에서는 올해 말까지는 디지털 TV의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6월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치열한 매출 경쟁을 벌이며 여러 차례 가격을 내려 왔기 때문.

한국인의 주식(主食)인 쌀 가격은 2000년까지 지속적으로 올라갔으나 이후 쌀 수입이 늘어나고 식생활이 다양하게 변하면서 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까지 겹쳐 쌀값은 계속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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