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까지 “팔자” 동참… 심리적 지지선 붕괴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코멘트
《떨어지는 주가에 ‘날개’는 없었다. 외국인투자가는 25일 2297억 원을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수금액을 뺀 것)해 12일(거래일 기준) 연속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 팔았다.

사상 6번째 최장 순매도 기록이다. 이틀 동안 외국인의 ‘팔자’ 물량을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쳤던 기관투자가도 이날은 힘에 부쳤는지 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동반 폭락했다. 전날 미국 주가가 소폭 올랐지만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지지선인 1,300 선이 쉽게 깨졌으므로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매도에 동참할지,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떨어지는 칼날 잡지 말라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주가 전망을 나쁘게 보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선물가격이 떨어졌고,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를 이용해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현물 매도물량이 더 나오고 있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흥국투자신탁운용 장득수 상무는 “2분기(4∼6월) 실적이 나와 바닥이라는 점을 확인해야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7월 중순까지 별다른 계기가 없어 그때까지는 최대한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 매도세가 신흥시장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갑자기 매수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사장은 “원자재와 신흥시장 등 위험도가 높은 투자처에 몰렸던 자금이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게 마무리될 때까지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추가 하락은 매수 기회”

동양종합금융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가가 오랫동안 올라 빠질 시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좀 과하게 빠지고 있다”며 “최근 3차례의 폭락으로 급한 매물은 어느 정도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300 아래로 내려가면 분명히 저평가된 상태이므로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내 주가 하락 폭은 3년 동안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증시가 악재로 하락했던 수준에 이르렀다”며 “단기 하락은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중순 발표될 미국 물가지표가 인플레이션을 확인하게 되면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템플턴캐피탈투자자문 마크 홀로웨스코 수석 펀드매니저는 “단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으로 최근 아시아 증시가 하락했고 추가 하락도 가능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투자지표로 볼 때 한국은 여전히 저평가 상태여서 연말쯤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UBS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이 아시아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8억 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의 73%인 35억 달러는 국내 증시에서 이루어졌다.

○펀드 환매 움직임은 없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펀드 환매(중도 인출) 움직임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역삼남지점 임영신 지점장은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은 장기 가입자라 그런지 문의조차 없다”며 “거치식 가입자들은 주가가 떨어진 만큼 투자금액을 늘려야 하는지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광장동지점 진미경 지점장도 “불안해하는 고객이 있지만 반등에 대한 기대가 큰 덕분인지 환매 요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은 이달 들어 4일 하루를 빼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