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면회때 그룹 현안 챙길듯…독방수감 정몽구 회장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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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가족들이 면회 오지 말고, 비서실 직원을 보내거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정몽구(鄭夢九·사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외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이 면회 온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날 일반접견실에서 자신의 건강과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 사장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면회시간은 5분이었다.

정 회장은 정 사장에게 “돈과 옷가지를 좀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구치소 생활에 필요한 ‘영치금’을 요청한 것.

이에 앞서 정 회장은 28일 오후 11시 5분경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뒤 양복을 벗고, 수번 4011이 적힌 연두색 수의로 갈아입었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사진촬영을 끝낸 정 회장은 일반사동 3층의 독방에 입감된 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저택에서 지내온 정 회장의 1.07평짜리 좁은 독방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 회장은 구치소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감 초기 적응에 애를 먹었던 다른 재벌 회장과 달리 정 회장은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29일과 30일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200mL짜리 우유 1개를 주문해 마셨다.

구치소 관계자는 “구치소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우유 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는 정 회장의 평소 식습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29일과 30일 점심 메뉴인 수제비와 자장밥을 모두 비웠다고 한다. 쇠고기 뭇국과 어묵국이 제공된 저녁은 절반 정도씩 남겼다.

정 회장은 29일 정 사장과의 면회시간을 제외하고 침대에 누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에는 구치소가 제공한 2, 3개 조간신문을 정독하고 TV를 시청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취침시간에 맞춰 잠자리에 드는 등 규칙적인 생활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정 회장은 기소될 때까지는 일반면회, 기소 후에는 특별면회를 할 수 있다. 두 면회 모두 최대 30분 동안 면담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 회장은 아쉬운 대로 면회시간을 이용해 그룹의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결재하는 ‘옥중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현대車 비자금 정계유입 포착…2004총선 수사대상될 듯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비자금 중 일부가 경제부처와 금융당국, 금융기관, 정계 고위 인사에게 로비 자금으로 제공된 단서를 확보하고 이번 주부터 용처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몽구 회장을 1일부터 소환해 1390억여 원 규모의 비자금 용처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비자금이 정 회장 개인의 용돈과 정 회장 일가의 생활비, 500억 원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는 노조 관리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됐을 경우 2002년 6월과 12월 각각 실시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당시 사용된 불법 정치자금은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경과됨에 따라 2004년 4월 실시된 총선이 주요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정 회장의 범죄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보안사고’의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 내부와 외부를 대상으로 유출자 추적에 나섰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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