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로비 파문]檢, 김재록 수사배경 설명

  • 입력 2006년 3월 29일 03시 04분


검찰 수사 향방은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간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검찰 수사 향방은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간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검찰이 23일부터 김재록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자 검찰 안팎에서 수사 배경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소문들은 대체적으로 검찰이 특정 세력을 겨냥한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선 재계에선 김 씨와 평소 가깝게 지낸 이른바 ‘이헌재(李憲宰·전 경제부총리) 사단’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이 정부와 불편한 관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던 ‘이헌재 사단’은 최근 외국 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 논란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현대차그룹도 원화 절상에 따른 비용 상승을 하청업체에 납품가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표방한 현 정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왔다.

또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정(司正) 정국’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런 추측에 대해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대검찰청 채동욱(蔡東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시중에 여러 가지 의혹 내지는 설이 불필요하게 많이 나도는 것 같다”면서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10여 분 동안 설명했다.

채 기획관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S투자회사가 전현직 국회의원에게 수억 원을 제공했다는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다 이번 사건의 단서를 잡았다.

이첩된 사건 자체는 무혐의 처분됐지만 검찰은 올해 1월경 김 씨와 관련된 범죄 혐의를 일부 포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의 혐의를 단 1건만 포착했으며, 충분한 내사가 이뤄지지 않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 씨를 불러 조사하고도 출국금지 조치만 취한 뒤 풀어줬다. 검찰은 이후 김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꾸준히 확인해 왔다.

채 기획관은 “김 씨를 다각적으로 내사한 뒤 다시 소환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씨를 풀어 준 지 2개월이 더 지난 뒤에야 김 씨가 현대차그룹에서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했으며,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채 기획관은 “검찰총장 등 몇몇 검사만 수사 계획을 알고 있었으며, 의사 결정도 수사팀에서 고위 간부까지 상향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계획상 지금은 현대차그룹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현대차그룹 전체를 수사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28일 채 기획관과의 일문일답 요지.

―현대차그룹의 양재동 쌍둥이빌딩 인허가 과정을 수사하나.

“그 의혹에 대해 내사 중인 것은 사실이다. 이 사건은 김 씨 로비에 관한 문제다. 현대차그룹 수사는 지류다. 김 씨의 로비 의혹 중 하나라는 얘기다. 이 부분이 경우에 따라 핵심이 될 수도 있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비자금 규모가 커질 수 있나.

“일단 드러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했다.”

―다른 기업도 수사하나.

“또 다른 기업 관련 비리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이다. 김재록 씨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일관되게 수사할 것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아주 큰 기업은 아니다. 만에 하나 관련 대기업이 있다면 불필요한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재계 순위 몇 위까지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

―로비가 현 정부에서 이뤄졌나,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이뤄졌나.

“그건 모르겠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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