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친 르노삼성 제롬 스톨사장 “5년간 참 행복했구나”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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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 기자
강병기 기자
“한국은 최근 원화 가치 상승과 노사 문제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5년 6개월 동안 르노삼성자동차를 이끌었던 제롬 스톨(51) 사장이 한국을 떠나며 ‘애정 어린 쓴소리’를 남겼다.

스톨 사장은 2000년 9월 르노삼성차의 초대 사장으로 부임해 2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한국에서의 실적을 인정받아 르노그룹 중남미 지역 총괄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는 그는 24일 한국을 떠난다.

이한(離韓)을 이틀 앞둔 22일 서울 중구 봉래동 르노삼성차 사장실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르노삼성차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크게 보면 르노삼성차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수출 기업이 맞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르노삼성차도 올해부터 SM3 수출로 ‘수출 기업’ 대열에 들어섰다.

스톨 사장은 “한국은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 외에도 노사 문제, 임금 인상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은 사업 환경과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나라”라며 “이런 곳에서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무엇보다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각종 규제로 르노삼성차가 겪었던 어려움은 한국의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면서도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외국과의 비교는 피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한국 자동차회사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 기업의 근원은 한국시장이라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도 ‘한국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외국에 비해 시장이 폐쇄적이어서 신차(新車)가 나왔을 때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부품업체들도 대부분 한 회사와만 거래하다 보니 규모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부임 초기 한국의 추진력과 프랑스의 신중함 사이의 괴리를 느껴 이런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배웠다는 스톨 사장은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은 ‘글로벌 원칙에 입각한 현지화’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스톨 사장에 이어 르노삼성차를 이끌 최고경영자(CEO)로는 장마리 위르티제(55) 사장이 선임돼 다음 달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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