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1개 주요 기업 신용등급-재무 분석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코멘트
《삼성전자는 지난해 회사채 신용등급 평가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2004년이 가장 최근 것이다. 매년 수조 원의 순이익을 내는 마당에 회사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기업마다 한 계단이라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애썼고 더 후하게 신용등급을 주는 신용평가회사로 몰려가던 시절도 있었다. 본보가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에 의뢰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31개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과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눈에 보이는 변화

한신평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에서 ‘D’까지 총 20등급. ‘AAA’는 원금과 이자 지급 능력이 최상급이라는 뜻이고 ‘D’는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1998년에는 31개 기업 가운데 포스코만 ‘AAA’를 받았다. 당시는 포스코가 민영화되기 전이어서 포스코의 회사채는 국가가 보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반 기업 가운데 ‘AAA’는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지금은 평가조차 안 받는 삼성전자도 1998년에는 ‘A+’에 그쳤다. ‘A+’는 ‘경제 여건이나 환경이 바뀌면 돈을 갚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AAA’를 받은 기업은 2004년 포스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4개로 늘었다.

신용등급에는 회사가 속한 그룹이나 업종의 명암도 드러난다.

현대 계열사들은 2000년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현대 디스카운트’를 겪었다. 지금은 계열 분리된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은 ‘현대’라는 이름 때문에 등급에 영향을 받았다.

코오롱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1998년이나 2005년이나 변화가 없다. 화학섬유와 항공업종이 처한 상황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체질은 얼마나 변했나

기업들의 재무지표는 2003∼2005년 급격하게 나아졌다.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만 해도 2000년까지 정부가 목표로 제시했던 200% 수준에서 머물다 2002년 138%로 뚝 떨어진 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신평 송병운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 기업의 체질 개선 효과가 해외 경기가 호전된 2003년부터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용등급이 올라간 기업 수를 떨어진 기업 수로 나눈 ‘상향 하향 비율(up down ratio)’은 1998년 0.1이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10배나 많았다는 의미이다.

이 비율은 2000∼2004년 평균 1.7로,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인 7.2로 높아졌다.

송 연구위원은 “부채비율 외에 현금 흐름과 관련된 재무지표도 좋아졌지만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줄였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순 없다”며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