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떴다, 파벌싸움 꿇어!…신상훈, ‘빅2체제’ 승부 나서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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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신상훈(58) 신한은행장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이 액자가 먼저 눈에 띈다. ‘초심(初心)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

그가 4월 출범하는 신한-조흥 통합은행 초대 행장으로 14일 내정됐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시골 상고(군산상고) 출신이 국내 2위 은행의 수장(首長)으로 우뚝 섰다.

신한은행 행원들은 요즘 술자리에서 언제나 신 행장의 좌우명인 “처음처럼”을 외친다.

신한금융지주는 14일 나응찬 회장과 이인호 사장, 사외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통합은행장으로 신 행장을 내정했다.

신 행장은 1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외유내강…

‘징그러울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 ‘섬기는 리더’….

신한은행 직원들에게 신 행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대개 이렇게 말한다. 합치면 외유내강(外柔內剛·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마음은 강함)이다.

마당발. 그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산다. 저녁식사 약속은 2, 3건이 보통이다. 바빠서 참석하지 못하는 세미나, 강연 등을 녹음해 이동하는 도중 차 안에서 듣는다.

일본 오사카(大阪)지점장 시절에는 폭력조직인 야쿠자와 맞서 연체 채권을 받아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배짱과 뚝심이 두둑하다.

직원들은 신 행장을 ‘큰형님’으로 부른다. 그 역시 사석에서는 ‘행장님’보다 ‘형님’으로 불리길 원한다.

2003년 3월 행장에 취임한 뒤 ‘열린 조직’, ‘다 함께 만드는 조직’을 목표로 내걸고 직원들과의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매주 목요일 업무시간이 끝나면 메신저 사이버 채팅 ‘시공초월 대화방’에도 참여한다.

○쉽지 않은 과제

신 행장은 1일 월례조회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강조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묵묵히 힘을 기르자’는 뜻이다. “역경 앞에서 도망가거나 주저앉지 말고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자”고도 했다.

임직원들에 대한 독려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주어졌다. 4월 통합은행이 공식 출범하면 두 은행은 외형상으로 하나의 은행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이질적 조직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은행권에서는 올해가 ‘빅4(국민 신한 우리 하나)’ 체제에서 ‘빅2’ 체제로 가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화학적 결합에 실패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은행 안팎에선 ‘열린 조직’과 ‘다 함께 만드는 조직’을 지향하는 신 행장의 경영철학이 통합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 생산적 구조로 승화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역전의 명수’(전성기 때 군산상고 야구부의 별명)처럼 신 행장이 통합 신한은행을 리딩뱅크로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신상훈 행장은▼

△1948년 전북 군산 출생 △1967년 군산상고 졸업 △1976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1967년 3월 한국산업은행 입행 △1982년 5월 신한은행 입행 △1989년 8월 오사카지점장 △1998년 2월 이사대우 △1999년 2월 상무 △2001년 9월 신한금융지주 상무 △2003년 3월 신한은행장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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