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弱달러… 950까지는 간다”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이 새해 들어 37.6원 떨어졌다.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외환당국이 달러화 매수에 나서 환율을 올려놓으면 기다렸다는 듯 ‘팔자’ 주문이 쏟아져 나온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의 끝은 어디일까. 본보는 12일 외환시장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원-달러 환율이 대체로 950원 선에서 단기 저점을 찍고 반등하겠지만 올해는 상승보다 하락 요인이 강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환율 하락 요인이 너무 많다

전문가들이 꼽은 환율 하락 요인은 많다. 큰 것만 추려 보면 △미국 금리인상 행진 중단 가능성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 및 재정 적자) 부각 △중국 위안화 추가 절상 가능성 △국내 수출 호조 지속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다변화 가능성 등이다.

8명 모두 세계적인 미 달러화 약세가 서울 외환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 과장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반대로 뒤집혀 하락 압력을 넣고 있다”며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대세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시장에 역외세력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 외화자금부 노상칠 과장은 중국 변수를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환율제도 변경 및 위안화 평가 절상을 전격 단행했던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 변동 폭을 넓혀 추가 절상을 용인하면 원화도 동반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KB선물 오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도 몇 차례 세계 외환시장을 흔들어 놓았던 보유 외환 다변화 가능성이 올해에도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弱)달러화가 대세라면 각국의 중앙은행이 미 달러화를 들고 앉아서 손해 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상승 요인 및 반등 계기는

하락 요인보다 빈약하지만 상승 요인도 있긴 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수출이 줄어들면 하반기(7∼12월) 들어서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예상도 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수지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도 있다”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지 않고 중국의 흑자가 줄어들면 글로벌 달러화 약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 반등의 계기로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으나 역시 시장의 심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단기에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 원-달러 환율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저점은 950원대… 연평균 세 자릿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론 950원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 수석연구위원과 이 연구위원이 각각 960원, 970원 정도로 비교적 높게 예상했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모두 950원 선을 단기 저점으로 꼽았다.

오 팀장은 “950원에서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할 것이라는 근거는 솔직히 없다”면서 “이론적 분석으로는 800 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개월 뒤인 6월 말 예상 환율은 950∼1000원, 올해 연평균 환율은 970∼1000원을 예상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연평균 환율은 950원 선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원-달러 환율 예상

하락요인상승요인반등 계기예상 환율
고유선(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위안화 절상 가능성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가능성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 축소 가능성·미국 무역수지의 가시적 회복
·일본경기 회복 지연
·단기저점 960
·상반기 말 980

·연평균 994
구길모(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과장)·글로벌 달러 약세
·서울외환시장 달러화 공급 초과
·역외세력의 매도세
·단기 하락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단기 ‘쏠림현상’에 대한 공감대 확산·단기저점 950
·상반기 말 1000
·연평균 990
노상칠(국민은행 외화자금부 과장)·글로벌 달러 약세 ·위안화 추가 절상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외환 다변화
·미 금리인상 중단해도 유럽이나 일본보다 고금리, 달러화 강세 요인 상존·예측하지 못한 달러화 강세·단기저점 950
·상반기 말 950

·연평균 970
오석태(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미 금리인상 끝물
·미 쌍둥이 적자

·국내 경기회복
-·당국 개입
·엔-달러 환율 기술적 반등
·단기저점 950
·상반기 말 950

·연평균 950
오정석(KB선물 투자전략팀장)·미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 및 대외 불균형
·국내 수출 호조 ·위안화 추가 절상
·외환보유 다변화
·내수 회복으로 수입이 늘어나 하반기 흑자규모 축소 예상·단기 하락폭 과대·단기저점 950
·상반기 말 1000
·연평균 1000
이윤석(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화 공급 증대
·글로벌 달러화 약세
·해외 증시자금 유입

·위안화 추가 절상
·미 경기지표 개선
·예상 뛰어넘는 미국의 금리인상
·단기 하락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기대·단기저점 970
·상반기 말 980
·연평균 -
정영식(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글로벌 달러화 약세 ·위안화 추가 절상
·국내 수출의 견조한 증가세
·하반기 수출 부진 가능성
·북핵 문제 재 대두
·미 경기지표 개선
·서울외환시장 매도물량 소화
·단기저점 950
·상반기 말 -

·연평균 -
조휘봉(하나은행 자금운용부 과장)·수출 호조로 서울외환시장 달러 초과 공급
·미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줄어들면 달러공급 감소
·미국 경기회복으로 달러가치 상승
·당국 개입
·저가 매수세
·단기저점 950
·상반기 말 990

·연평균 1000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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