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全직원 ‘도요타 연수’보내는 까닭은…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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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기업은 제조업과 다르다?

교육 첫날인 지난달 26일 LG텔레콤 판촉팀 직원들은 낭비제거 방안을 찾는 데 나섰다.

이들이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토론을 벌이며 얻은 방안은 대리점이 판매자료를 갱신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 판매자료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관리효율이 떨어지니 대리점이 자료를 수시로 갱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다음 날 오전 8시. 공장방문을 위해 버스에 탄 직원들에게 ‘도요타 교육’ 전문가인 이만교 지믹컨설팅 상무는 판촉팀의 방안에 대해 “현장 부담만 늘리는 관리방식의 전형”이라고 일축했다.

직원들은 수긍하기 힘들었다. 여기저기서 “도요타 방식은 공장 생산관리고 LG텔레콤은 서비스 영업관리이니 도요타 방식을 강요하지 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 이렇게도 비용을 줄일 수 있네

27일 오전 10시부터 도요타의 승합차를 생산하는 기후(岐阜)차체공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낭비를 줄이기 위해 30년 된 설비를 차량 운반장치로 개조하고 쇠파이프, 배터리, 전기모터를 이용해 부품 운반차량을 직접 만든다.

또 생산직 근로자가 장갑 낀 손으로 나사 한 번 집을 때 걸리는 2, 3초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사를 1개씩 공급하는 ‘역(逆) 깔때기’ 모양의 장치를 만들어 수초 단위의 시간 낭비를 없앴다. 현장에서 느끼는 작은 문제를 근로자들이 직접 느끼고 개선해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방식이다.

○ 나부터 변해야 한다

27일 밤 판촉팀은 대리점에 부담을 떠넘기는 대신 자신들의 작업과정을 되돌아봤다.

다시 머리를 맞대 보니 정작 큰 문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대리점이 본사 판촉팀에 판매자료 문서작성법을 전화로 물어봐 판촉팀 직원들은 정작 업무를 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판매자료 관리가 안 되고 대리점에서는 문서양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이 쌓였던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은 대리점이 궁금해 하는 서류양식을 회사 게시판에 올려놓기로 했다. 본사에 전화 걸지 말고 게시판을 보면서 서류를 작성해 판촉팀 직원들의 시간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김재흥 판촉팀 과장은 “자신이 먼저 개선하겠다고 생각하니 해결책이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 LG텔레콤이 도요타에 간 까닭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가입자 증가보다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전형적 서비스 기업인 LG텔레콤이 제조업의 대표주자인 도요타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것은 도요타의 경쟁력이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종업원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생긴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3박 4일 도요타 연수 프로그램 비용은 1인당 300만 원. 1500명 직원을 모두 보내려면 45억 원이 필요하다.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도요타는 경영실적이 뛰어나지만 끊임없는 낭비 제거 노력으로 놀랄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 사원이 항상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고야=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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