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직원-고객 독려차 자사주 매입했다 주가올라 대박

  • 입력 2005년 10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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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주가가 크게 올라 웃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심훈(沈勳) 부산은행장과 강권석(姜權錫) 기업은행장만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를 믿고 따르라’는 뜻에서 사재(私財)를 털어 사들인 자사주 주가가 크게 올라 최고경영자(CEO)의 위신도 세우고 재테크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심 행장은 2000년 7월 부산은행장에 취임하자마자 퇴직금 일부로 자사주 2만 주를 샀다. 나머지는 부산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당시 부산은행 주가는 1600원대였다. 금융구조조정으로 지방은행들이 잇달아 대형 은행에 합병되거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던 때였다. 예금자보호한도도 5000만 원으로 제한돼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심 행장은 “당시 ‘부산은행은 아무 일 없을 것이다’며 직원과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사주를 샀다”고 말했다.

그 뒤로도 500주, 1000주씩 꾸준히 사 모은 심 행장은 현재 부산은행 주식 3만7000주를 갖고 있다. 총매입가격은 1억2635만 원.

지난달 30일 현재 부산은행 주가(1만1350원)로 계산하면 무려 232%의 수익률, 약 3억 원의 평가이익을 올린 셈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심 행장을 따라 자사주를 산 직원이 적지 않다”며 “7월 말 주가가 1만 원을 넘어설 때 감격의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 행장에는 못 미치지만 강 행장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일하다 2004년 3월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강 행장은 퇴직금 일부로 그해 4월 자사주 5000주, 올해 3월 또 5000주를 샀다. 현재 1만 주를 그대로 갖고 있다. 총 8706만 원을 들여 주당 8310원과 9102원에 산 주식의 지난달 30일 현재 가치는 1억3200만 원. 52%의 수익률이다.

강 행장은 “퇴임할 때까지 단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요즘 ‘기업은행이 시중은행인지, 국책은행인지 모를 정도로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활황세의 덕도 있지만 강 행장의 영업 드라이브가 주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자사주를 샀다가 손해를 본 은행장도 있다.

외환위기 때 은행장을 지낸 류시열(柳時烈) 전 제일은행장과 신복영(申復泳) 전 서울은행장이 대표적인 사례. 두 전 행장은 1997년 은행장에 취임하면서 수천만 원어치의 자사주를 샀지만 감자(減資) 등으로 투자 원금을 대부분 날렸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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