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야 보고 본것만큼 산다”…기업들 잇단‘만화 마케팅’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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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것과 저것이 똑같이 생겼는데 가격 차이가 왜 이렇게 많이 나요?” “손님, 그건 액정표시장치(LCD) TV예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보다 아직 많이 비싸죠.” 가전제품 매장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다. PDP 패널 생산회사인 삼성SDI가 PDP를 알리기 위해 만든 만화책 내용의 일부다. 최근 기업들의 대내외 홍보 수단으로 만화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딱딱한 책자 형식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서기 위한 것. ‘어설프게 무게를 잡는 것’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변화가 ‘만화 경영’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낳았다.》

○ PDP를 만화로 배운다

삼성SDI는 7월 ‘아하∼ PDP’라는 제목의 만화책을 2000부 인쇄해 전시장이나 매장에서 손님들에게 나눠 줬다. PDP TV가 LCD TV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많고 화질도 떨어진다는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소비자들이 ‘디지털 TV’와 ‘PDP’ ‘LCD’의 기술적 차이나 장단점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착안해 PDP의 장점을 홍보할 수 있는 내용을 만화책에 담은 것.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일반인들도 만화책을 흥미로워했고 매장 직원들도 소비자들에게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제품 설명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조만간 영문판을 만들어 해외 거래처와 소비자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다.

○ 어려운 금융상품에도 적격

굿모닝신한증권은 21일 인기 만화 캐릭터인 ‘무 대리’를 주인공으로 한 ‘퇴직연금 가이드’를 만화책으로 냈다. 퇴직연금제는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금융회사에 10년 이상 적립하면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고령화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올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이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실정이다.

60쪽 분량의 만화책은 무 대리가 퇴직연금제도가 무엇인지,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질의응답(Q&A)과 용어 설명 코너도 있다.

LG화학도 추석을 앞두고 ‘우리의 행동방식 정도경영’이란 제목의 만화 사례집을 발간했다. 불공정한 업무 처리나 금품 수수 사례 등 18건의 위반 사례를 만화로 알기 쉽게 풀어 소개해 내부 직원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 만화가 효율적이다

기업들의 만화책 홍보 러시는 무엇보다 만화책이 가장 효과적인 알림 수단이기 때문이다.

설명문이나 논문 형식의 딱딱한 책자보다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데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해 놓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복잡한 전자제품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거나 처음 시작하는 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최태원(崔泰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자체 연구소에 탐구해 볼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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