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차석용사장 “밑지는 수출 안해”… OEM 중단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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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LG생활건강
사진 제공 LG생활건강
국내 최대 생활용품업체인 LG생활건강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1만여 개에 이르는 제품 수를 대폭 줄이고, 주력 상품군을 중저가에서 고급 브랜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차석용(車錫勇·52·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은 12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과 고급 브랜드 육성을 통해 외국계 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25개국에 대한 OEM 수출을 올해 안에 모두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OEM 수출을 ‘보따리 장사’, ‘밀어내기식 판매’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LG의 세탁세제 ‘테크’가 일본의 편의점 체인 자스코에서는 국내 판매가의 60% 안팎의 낮은 가격에 팔린다는 것.

그는 “브랜드 관리는 해외에서 더 중요하다”며 “OEM 수출 중단으로 매출이 다소 줄더라도 ‘밑지는 장사’는 안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전체 매출액(9530억 원)의 약 10%(956억 원)를 해외에서 올렸다.

차 사장은 또 “1만여 개에 이르는 생산품목 가짓수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1000여 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장인 나도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가 적지 않다”며 “고급 브랜드 전략을 통해 현재 30% 수준인 고가(高價) 제품 비중을 4, 5년 안에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소비재 시장 잠식에 대해서는 “기저귀, 생리대, 티슈와 고급 화장품 분야는 외국계가 사실상 장악했다”면서 “우리가 신제품 개발 능력에서 뒤지는 만큼 다른 생활용품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소비자 기호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개발력의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재부문에 강한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는 차 사장은 1985년 미국 P&G에 입사한 뒤 쌍용제지, 한국P&G, 해태제과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 LG생활건강 CEO로 영입됐다.

그는 취임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급화 전략과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올 1분기(1∼3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0.8% 늘었다. 또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 초 2만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4만2000원(13일 기준)으로 올랐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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