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취미? 취미가 일!
레이더 등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 넥스원퓨처에는 로봇 전문가 동호회가 있다. 소프트웨어 제작, 컨트롤 제어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 16명이 모인 ‘로사모(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은 로봇 축구나 트랙 경주를 하는 로봇 10여 대를 만들어 선보였다.
현대자동차의 ‘스포츠 드라이빙 클럽’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곡예운전’ 기술을 연습하고 스피드 레이싱 대회에도 참가하는 동호회. 85명의 회원은 명절이나 휴가를 앞두고 직원 차량을 점검해주는 봉사 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롯데호텔의 ‘맛찾사(맛을 찾는 사람들)’는 매달 한 차례 ‘맛집 탐방’에 나선다. 조리사를 포함한 회원 150명은 음식점마다 요리 비평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긴다. 이 기록은 호텔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유용한 자료로 쓰인다. 동호회 회원인 조영준 조리장은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다 보면 다른 부서 동료들과 친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대한항공의 와인 동호회 ‘샤토 스카이’도 비슷한 사례. 승무원들이 주축인 이 동호회는 체계적인 공부와 시음회를 통해 얻은 와인 지식으로 탑승객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제주신라호텔의 스킨스쿠버 동호회는 아예 프로그램을 만들어 투숙객과 함께 스킨스쿠버를 즐긴다. 동호회 총무인 배수창 씨는 “한 달에 4, 5번씩 열대어와 친구가 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특히 주말에 투숙객과 즐기는 스킨스쿠버는 친구 같은 관계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 일터가 곧 놀이터
바닷가에 터를 잡은 조선업계는 바다와 관련된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안전팀 이중구 차장은 점심시간이면 회사 안에 있는 방파제로 달려간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20분간 1km를 헤엄친다. 그는 이 회사 ‘바다 수영회’ 회원이다. 40여 명의 회원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매일 수영을 즐긴다. 이 방파제는 주말이면 바다낚시를 즐기는 ‘조우회’ 회원들의 차지가 된다.
이 회사의 ‘수중사진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1989년 생긴 이 동호회는 회원 45명 전원이 자격증을 가진 스킨스쿠버 다이버이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울산 앞바다로는 모자라 1년에 5차례는 제주나 해외로 ‘원정’도 간다.
경남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DSME 요트클럽’은 전국요트클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자랑한다.
역시 거제가 무대인 삼성중공업 ‘잠수 동호회’는 매달 2차례씩 ‘어민지원’ 활동을 벌인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가두리 양식장의 그물을 손질하고 불가사리도 잡는다.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김정운 교수는 “예전에는 일과 개인적 삶이 균형을 이뤄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직장과 개인의 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융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과 취미를 함께하면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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