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현장에서]김상수/“여보, 와인 한잔 합시다”

  • 입력 2005년 5월 11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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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와인수입업체인 대유와인에서 대학 신입생과 신입사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흥미로운 것은 신입생의 58%가 공식적인 행사인 ‘신입생 환영회’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신입생 환영회 하면 큰 대접에 소주나 막걸리를 가득 부은 사발주가 연상되지만 요즘 신입생들은 기존의 술자리와는 다른 음주문화를 원하는 것이다.

신입사원들도 응답자의 95%가 직장생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술을 마시고 있으며, 절반 가량은 자신의 주량보다 많이 마신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즐거운 기분으로 회식 자리를 끝낼 수 있는 건 도수가 낮은 맥주(45%)나 와인(35%)이라고 응답했다.

5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가 100주년 행사 기념품으로 와인을 선정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그동안 고려대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막걸리’를 떠올리지 않았나.

‘부드러운 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와인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을 해온 국내 와인 시장은 지난해 2000억∼2500억 원대(추정·소매가 기준)에서 올해는 3000억 원대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조사 전문기업인 AC닐슨 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인 제품은 와인으로 전년보다 무려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참살이(웰빙)’ 바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부드러운 술’을 찾는 추세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의 김재박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집에 가서 아내와 와인 한잔 같이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늘 집에 와인 한 병 사들고 가 “여보, 우리 와인 한잔 합시다”라고 권하는 건 어떨까.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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