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노사 ‘相生 사례’ 고무적이다

  • 입력 2005년 4월 24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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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현장에 상생(相生) 바람이 불고 있다. 강성(强性)으로 알려진 대한항공노조가 임금교섭권을 사측에 일임했고, LG전자 대우건설 GS칼텍스 등의 노조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한항공노조는 고유가로 비상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회사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임금결정권을 사측에 넘겼다고 밝혔다. LG전자노조도 대외 여건 악화를 감안해 회사의 경쟁력 확보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강경투쟁이 노조원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선례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개별사업장 노조의 합리적 온건노선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사측도 화답하고 나섰다. 지난해 노조원 대량 징계 및 해임의 진통을 겪었던 GS칼텍스는 기본급의 300%를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도 경영 현안에 있어서 노조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기업들의 대내외 경영환경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의 불똥이 언제 우리에게 튈지 몰라 조마조마한 국면이다. 세계 경기는 하강 조짐이다. 이런 여건임에도 노조가 경영 현실을 외면하고, 사측도 노사문제에 매달려 세계적 무한경쟁에 대처하는 데 힘을 모으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나라가 맞게 될 결과는 뻔하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더 위축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며, 소비가 살아날 수 없다. 이미 위험 수위로 떨어진 성장잠재력의 회복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현실적 선택’과는 거리가 먼 강경투쟁 행태를 버리지 않고 있다. 두 노총이 이런 투쟁에 집착할수록 현대중공업노조처럼 독자노선을 걷는 노조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 상생을 바라는 현장 노조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찾는 데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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