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외길 걷다 아웃렛까지 영토확장 홍성열 (주)마리오회장

  • 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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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니트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를 26년간 키워온 홍성열 ㈜마리오 회장. 그는 2001년 이후 서울 구로공단 안에 패션할인매장인 마리오아울렛과 마리오패션타워를 잇따라 세우면서 사업영역을 패션유통 분야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국의 대표적 니트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를 26년간 키워온 홍성열 ㈜마리오 회장. 그는 2001년 이후 서울 구로공단 안에 패션할인매장인 마리오아울렛과 마리오패션타워를 잇따라 세우면서 사업영역을 패션유통 분야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11남매 중 일곱째였던 저에게 어머니가 떠준 스웨터는 가장 포근하고 소중한 옷이었습니다. 겨울에만 입을 수 있는 비싼 니트 제품을 보통 사람이 4계절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사업을 시작할 때의 꿈이었죠.”

한국의 대표적인 니트 브랜드인 ‘까르뜨니트’와 ‘까르뜨 옴므’를 탄생시키고 키워온 홍성열(洪性烈·50) ㈜마리오 회장. 그는 최근 정체된 한국의 패션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벌이는 공격적인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홍 회장은 군대를 제대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형제들로부터 200만 원을 빌린 그는 편물기 4대를 사들여 1980년 7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직원 4명의 작은 직물업체를 차렸다.

제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홍 회장은 연구를 거듭하며 새로운 디자인의 니트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 마침 일본의 바이어들이 한국산 니트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주문을 받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납기를 지키고 제품 마무리가 조금만 잘못돼도 일본까지 비행기를 타고 달려가 고쳐줬습니다. 이렇게 몇 년 했더니 일본 업체들끼리 물건을 서로 받겠다며 난리더군요.” 이때 일본의 바이어들이 홍 회장에서 붙여준 별명이 닌텐도의 인기 게임 캐릭터에서 따온 ‘슈퍼 마리오’였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직접 세계적 패션 브랜드를 키워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1985년에 자체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를 만들었고 2년 뒤인 1987년에는 주식회사 마리오를 설립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국내 판매 확대에 힘썼다.

롯데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 수가 60개까지 늘어났다.

승승장구하던 홍 회장에게 1997년 찾아온 외환위기는 가혹한 시기였다.

전국 60여 개 매장 중 12개가 부도가 났던 것. 이런 어려움을 뚝심과 신용으로 극복한 홍 회장은 2001년 7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패션전문 아웃렛을 세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아웃렛은 유명 브랜드의 재고품을 싼 값에 파는 매장.

게다가 마리오아울렛이 들어선 곳은 패션 중심지인 명동이나 동대문이 아니었다.

제조업체들마저 대부분 빠져나간 서울 구로구의 구로공단 안이었다.

“많은 유통 전문가들이 곧 망할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아웃렛은 1980년대 미국과 1990년대 일본에서 이미 검증된 패션업태였습니다. 해외 시장을 다니며 7년 이상 준비한 만큼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결국 마리오아울렛은 하루 평균 1만5000여 명이 찾는 쇼핑 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최근 다른 유통업체도 잇따라 아웃렛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홍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마리오아울렛이 있는 구로 2단지에 14층 규모의 ‘마리오 패션타워’를 열었다.

이 건물은 60여개의 패션업체 공장과 패션매장, 사무실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공장형 팩토리 아울렛’.

또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구로 1단지에 정보기술(IT) 벤처업체들을 위한 아파트형 공장 ‘마리오 디지털 타워’도 세우고 있다.

“현대의 패션시장은 ‘정글’입니다. 어설픈 맹수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앞으로 패션과 유통을 결합해 한 단계 발전시킨 새로운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입니다.” 불 꺼진 구로공단을 ‘패션 메카’로 바꿔가고 있는 ‘니트맨’ 홍 회장의 굳은 다짐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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