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방카쉬랑스 연기 배경과 업계 반응

  • 입력 2005년 2월 1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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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단계 방카쉬랑스 일정을 연기한 것은 은행의 보험시장 잠식과 보험설계사들의 대량 실직 사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 보험의 은행 판매가 예정보다 3년이나 늦춰졌고 일부 상품은 무기 연기됨에 따라 2단계 방카쉬랑스 시행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만 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들의 대량 실직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데다 보험 가입 고객의 편의가 무시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왜 연기됐나=2단계 방카쉬랑스 연기 논란은 지난해 8월 윤증현(尹增鉉)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 위원장은 취임 직후 보험사 사장단에서 연기 건의를 받고 “재정경제부와 상의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해 연기 가능성을 밝혔다.

이후 대형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을 동원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고 여러 차례 장외집회도 열었다.

특히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설계사들의 대량 실직사태 우려를 집중 제기하기도 했다.

재경부도 한때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해 방카쉬랑스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은행들도 2003년 8월 1단계 방카쉬랑스 시행 이후 대출에 보험을 끼워 파는 이른바 ‘꺾기’ 등 불공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단계 연기 필요성의 빌미를 제공했다.

▽외국계 보험사 “한국 정부 정책 일관성 없다”=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 교보 대한 등 대형 보험사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방카쉬랑스를 통해 대형사들의 시장을 잠식하려던 외국계 및 중소형 보험사들은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막대한 전산투자 등을 했다”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보험 판매 채널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온 국내 중소형 보험사들도 이날 결정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보험 고객 편의도 뒷전으로 밀렸다=2단계 방카쉬랑스 일정이 늦춰지면서 ‘고객들이 집 근처 은행에서 편리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 취지도 퇴색했다.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에서 종신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을 가입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3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상점에 갔는데 원하는 물건이 없는 것과 같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상품 원스톱 쇼핑 등 고객에 대한 배려는 간과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방카쉬랑스 도입으로 고객들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왔지만 이런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감원 조사 결과 업계 평균 방카쉬랑스 보험료 인하율은 연금보험이 2.8%, 저축성 보험이 2.5%에 그쳤다.

보험개발원 신문식(申文植) 연구위원은 “은행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요구하고 전산비용 등을 보험회사에 전가해 보험료가 내리지 않거나 오히려 올랐다”고 주장했다.

보험상품별 방카쉬랑스 허용시
구분상품 종류은행 판매 허용시기
당초변경
생명보험저축성연금보험1단계(2003년 8월 시행)이미 허용
교육보험
생사혼합보험
개인 보장성제3보험(상해 질병 간병보험)2005년 4월순수 보장성은 2005년 4월, 만기 환급형은 2006년 10월
2008년 4월
종신보험, CI보험
기타퇴직보험2007년 4월무기 연기
단체보험
손해보험장기저축성보험1단계(2003년 8월 시행)이미 허용
주택화재보험
개인상해보험
종합보험
장기 보장성제3보험(상해 질병 간병보험)2005년 4월순수 보장성은 2005년 4월, 만기 환급형은 2006년 10월
일반장기보장성보험2005년 4월2008년 4월
자동차보험개인용2005년 4월
업무용 및 영업용2007년 4월무기 연기
기타퇴직보험, 해상보험 등2007년 4월
자료:재정경제부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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