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자총액규제 더 완화해야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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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신(新)산업과 차세대성장산업에 대한 출자는 예외로 인정해 주고, 계열사 간 출자구조가 단순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규제에서 ‘졸업’시킨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출자총액규제를 받는 기업집단은 17곳에서 12곳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출자총액규제는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며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유일하게 있는 제도다. 따라서 정부가 출자총액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대체적인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제는 규제 완화의 폭과 내용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개악(改惡)된 내용도 일부 있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출자총액규제를 받지 않도록 한 기존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정책 변덕’의 표본이다. 상당수 기업이 이 조항을 철석같이 믿고 부채비율을 의욕적으로 줄여 왔다. 불과 3년 만에 이를 없앤다면 정부정책에 부응해 온 기업만 ‘바보’로 만드는 격이다. 이래서야 앞으로 어떤 기업이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작년 말 경제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글자 한 자 고치지 않은 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정부의 독선적인 행태가 달라지지 않은 점도 유감이다. 경제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인 출자총액규제 범위를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철저히 묵살됐다. 정부가 기업을 진지한 대화 상대로 여기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공정위가 출자총액규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경제계의 주장에 귀를 열어야 한다. 현장에서 실질적인 투자 장애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탁상 검토만 가지고 ‘걱정 없다’는 식의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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