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피해 보상]“규정 아는만큼 구제 받아요”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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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3일 2700cc급 승용차를 산 서울의 자영업자 김정안 씨(51)는 한 달 동안 8차례나 차를 견인시켜야 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옴짝달싹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고장이 잦자 차를 아예 바꿔 달라고 자동차회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소비자피해보상규정상 차량 교체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엔진 등 주요 부품의 결함이 아닌 전자기기 계통의 단순한 접속 불량이라는 것. 결국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차를 몰고 있다.

자동차 구입자들의 가장 큰 불만 가운데 하나가 차에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사 측 설명대로 차량 고장의 상당수는 단순 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하지만 차를 바꿔 줘야 할 하자인데도 소비자들이 대응을 잘못해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 피해보상규정=현행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자동차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은 크게 구입 시기와 고장 상태에 따라 구분된다.

우선 품질보증기간 이내인 차량의 경우 재질이나 제조상의 결함으로 고장이 생기면 자동차회사로부터 공짜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차를 통째로 교환받을 수 있는 조건은 조금 복잡하다. 차량을 넘겨받은 날로부터 한달 안에 ‘중대한 결함’이 2번 이상 생기면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돈을 환불받을 수도 있다. 중대한 결함은 조향장치나 제동장치,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의 고장을 뜻한다.

차를 받은 지 12개월 이내인 상태에서 똑같은 하자가 3번 넘게 발생해도 차를 교환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중대한 결함’에 해당돼야 한다.

차량 인도 시점에서 12개월을 초과했다면 하자가 3회 이상 생겨도 부품만 무상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밖에 차를 넘겨받을 때부터 하자가 있었다면 보상이나 무상수리, 차량 교환, 구입가격 환급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새 차가 아닌 품질보증기간(현대자동차의 경우 2∼5년)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일단 소비자피해보상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자동차회사가 부품을 갖고 있지 않아 수리가 불가능할 때는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에 10%를 가산해 차를 돌려받거나 다른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피해 대처 요령=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소비자들은 품질 하자에 따른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이 애매하게 돼 있기 때문. ‘중대한 결함’이 생기면 차를 교환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자동차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차량의 하자가 중대한 결함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엔진에 문제가 있는 차량도 경우에 따라서는 전자기기 계통의 문제로 치부돼 보상을 받지 못하는 수도 있다.

또 시기를 놓쳐 차를 교환받거나 차 값을 환불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차에 하자가 생기면 가급적 빨리 자동차회사에 연락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자동차회사와 분쟁이 생길 경우에는 소비자보호원(www.cpb.or.kr)이나 건설교통부의 자동차제작결함 정보전산망(www.car.go.kr)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윤 소보원 자동차통신팀장은 “차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빨리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보원에 신고하면 30일 안에 조정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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