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출자총액제한 안푼다…재계 “투자 최대 걸림돌”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5분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대상을 현재와 마찬가지로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정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핵심 규제라며 기준금액을 대폭 올려 줄 것을 요구해 온 재계는 공정거래법이 정부안대로 통과된 데 이어 시행령에도 경제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 등 내수 회복을 통한 경제 살리기’라는 정부의 큰 정책 방향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그동안 정부 여당 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기준금액을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총자산 5조 원을 유지하기로 최종 방침이 정해졌다”며 “내주 초에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기준금액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총자산 5조 원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부처와 여당에서는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그동안 논란이 돼 왔다.

지난달 10일 열린우리당과 공정위의 당정협의 직후 여당 일각에서는 “출자총액제한 기준금액을 7조∼8조 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위의 방침과 관련해 재계는 “올해 들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부가 밝혔던 ‘경제 살리기’ 국정 운영 방침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최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시장 친화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행령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 이승철(李承哲) 경제조사실장은 “현재 재계 순위 5∼20위 대기업 집단은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투자가 저해되거나 가장 심각하게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라며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기준을 자산 5조 원으로 유지한다면 이들의 어려움이 계속돼 정부의 정책 목표인 경기 조기 활성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출자총액제한:

총자산이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가 순자산(해당 회사의 자본금에서 다른 계열사가 출자한 금액을 뺀 것)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현재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18개 그룹이 규제 대상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