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가 곧 경쟁력”… 국내銀 업그레이드 비상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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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이어 제일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HSBC가 거론되고 있다. GE소비자금융은 10월 현대캐피탈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본격 진입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경쟁의 장으로 변했다.

고객 신용도를 평가해 영업에 반영하는 능력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조흥은행 리스크관리부 김근배(金根培) 차장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은행 자체의 경쟁력과 신용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외국계 업체들이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3월 이전에는 ‘3개월 이상 연체자’가 1명도 없었다. 씨티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국내 카드사보다 낮은 3% 선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인드라지트 라히리 이사는 “GE소비자금융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의 개인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부터 리스크 관리 위원회를 정례적으로 열고 있다. 어떤 상품에서 ‘첫 달 상환 비율’ 등 일부 지표가 안 좋게 나왔다면 10여개의 보조지표를 추가로 동원해 원인을 알아낸다.

국내 은행들도 신용평가 모델을 개선하고, 마땅한 평가 틀이 없던 분야에도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소호(소규모 자영업자)용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제까지는 기업 모델을 적용했는데 재무제표가 부정확해 사실상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

국민은행은 9월 새로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민은행과 거래해 온 정도, 고객의 나이 등에 따라 1개였던 평가모델을 4개로 세분화했다.

신한은행은 8월 ‘고객 이탈 방지 모형’을 도입했다. 거래 패턴, 신상정보 등 282개 변수를 통해 3개월 후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은 수수료를 우대하거나 적절한 금융상품을 권해 이탈을 막는다.

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크게 제고됐지만 담보 위주의 여신 관행을 바꾸고, 자금 용도별로 리스크를 따로 분석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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