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개편안 혼란]아파트 8층-9층 재산세 차이 12만원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7시 46분


코멘트
《경기 고양시 일산구 S아파트에 사는 박모씨(43)는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발표 직후 내년에 내야 할 재산세를 계산해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아파트 9층(48평형)에 사는 박씨가 바로 밑층 같은 평수에 사는 이웃보다 재산세를 12만7500원이나 더 내야 하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 박씨는 시세가 똑같은데도 1층 높다는 이유로 이처럼 많은 재산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꼼꼼히 살펴보니 이웃과의 세금 차이는 바로 기준시가 때문이었다. 자신이 사는 9층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4억2500만원. 8층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3억7400만원으로 자신의 아파트보다 5100만원이 낮았다. 8층과 9층의 실거래가는 비슷하지만 국세청 기준시가가 허술하게 매겨진 탓이다. 기준시가의 절반을 과세표준(課稅標準·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으로 삼아 세율을 곱해 보니 세금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혼란이 수습되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신축주택에 대해선 ‘보유세 증가 50% 상한제’를 배제하는 데 따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재산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에 대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보유세 개편안의 허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재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의 허점=국세청은 매년 4월 말 전국 542만가구의 아파트 기준시가를 일부 표본조사를 통해 △1층 및 최상층 △로열층 △비로열층 등 3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러다 보니 같은 단지, 같은 동 아파트의 기준시가가 1억원 이상 차이 나는 곳도 많다.

지역별 사정을 세밀하게 감안하지 못해 어떤 지역의 아파트 기준시가는 시세의 90%를 반영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70% 정도를 반영하는 등 지역간 형평성도 떨어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의 기준시가는 양도소득세 부과의 참고자료로 삼기 위해 만든 것이고 일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표본조사의 대상도 늘리고 등급도 5∼7등급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 ‘딴 목소리’로 혼란 심화=재정경제부는 현재의 보유세 개편안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신축 주택과 새로 이사 간 주택이 ‘보유세 증가 50%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못해 기존 주택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부분.

재경부 고위 당국자는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다”며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앞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된 방안을 발표했는데도 열린우리당이 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2일 정책의총을 열어 최근 당 지도부가 정부와 합의한 종합부동산세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상당수 의원들의 반발로 당론 채택이 연기됐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거래세(취득세와 등록세)의 인하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