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생산 車엔진 역수입…현대車 인도법인서 첫 도입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3분


코멘트
현대자동차가 해외 현지공장에서 만든 엔진을 한국에 역(逆)수입한다. 현대차가 해외 생산 엔진을 국내로 반입해 조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6일 인도법인인 현대모터인디아(HMI)에서 만든 ‘입실론 엔진’ 3000여대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부산항에서 통관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입실론 엔진은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소형 엔진으로 인도에서 판매되는 ‘쌍트로’(아토스의 현지모델)와 수출용 ‘클릭’에 장착되고 있다.

현대차는 HMI에서 생산되는 완성차가 연간 25만대, 엔진은 30만대인 만큼 여분의 엔진 5만대를 국내나 다른 해외공장에 보내 조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김조근 현대차 홍보담당 이사는 “최근 수출이 늘면서 울산공장의 엔진 생산이 한계에 이르러 클릭에 얹을 엔진을 인도 현지 공장에서 수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측은 또 “이번 수입 물량은 3000대에 불과하며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을 지속적으로 국내에 반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현대차의 연간 자동차 생산물량(246만대) 가운데 18.6%(46만대)가 해외에서 제작되고 있는 데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 등이 완공되면 이 비율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여 해외비중이 너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고용 창출이나 투자보다는 해외에서 생산된 물량을 역수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엔진을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사측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엔진 역수입 결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으로 한국이 단순 조립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차츰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