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 “울고싶어라”…컨설팅수입 줄고, 피소건수 늘고

  • 입력 2004년 8월 1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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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회계법인들이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기업의 부실회계를 밝혀내지 못한 책임을 지라는 소송이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컨설팅 수입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이 같은 손해배상 소송은 2000년 1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어났다.

반면 경기 침체로 기업과 은행들이 컨설팅 의뢰를 줄이고 있어 회계법인의 컨설팅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회계법인의 컨설팅 비용을 2001년 225억원에서 2002년 21억4000만원으로 줄였다.

이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비용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비싼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사업은 아예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 컨설팅 수입 감소=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에 전국 72개 회계법인은 기업 컨설팅 등을 통해 3252억원을 벌었다. 이는 2002회계연도의 컨설팅 수입 3469억원보다 규모에서 217억원 줄어든 것.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5%로 전년 회계연도의 45.3%보다 5.8%포인트 낮아졌다.

금감원 김진완(金鎭完) 회계제도실 감사제도운영팀장은 “회계법인의 컨설팅 수입 비중은 매년 떨어지는 추세지만 지난 회계연도에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절대 액수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대기업은 꼭 필요한 컨설팅 업무만 의뢰하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컨설팅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며 “경기 침체로 컨설팅 시장의 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에 비해 이익이 큰 컨설팅 수입이 줄면서 2003회계연도의 회계법인 전체 매출은 8234억원으로 전 회계연도 대비 7.5% 늘었지만 순이익은 163억원으로 21.6% 줄었다.

▽줄 잇는 부실회계 소송=회계법인이 기업의 부실회계를 밝혀내지 못한 책임을 따지는 손해배상 소송은 2000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01년 2건, 2002년 10건, 2003년 1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3월까지 벌써 4건이 접수됐다.

안진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기업 부도사태는 곧 회계법인 상대 소송 사태라는 등식이 확립됐고 내년에는 집단소송법까지 시행돼 긴장하고 있다”며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려놓거나 보험에 들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들이 소송에 대비해 적립한 돈은 2002회계연도의 756억원에서 2003회계연도에는 903억원으로 늘어났다.

서태식(徐泰植) 공인회계사협회장은 “집단소송으로 회계법인이 쓰러지는 일을 막으려면 회계법인의 책임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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