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뮤지컬을 타고… 대기업들 공연산업 진출 잇따라

  • 입력 2004년 8월 1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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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국내 공연이 시작된 뮤지컬 ‘미녀와 야수’는 매일 전석(全席)이 꽉 찬다. 5개월간 공연될 이 뮤지컬은 이미 한 달간 티켓이 매진됐다. 이 작품은 오리온그룹 계열의 공연기획사 제미로가 설앤컴퍼니 등과 손잡고 1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大作). 힘 있는 출발은 오리온그룹의 자금력과 마케팅 네트워크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대기업들이 공연산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문화 측면에서만 인식되던 공연이 이제는 ‘돈 되는’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면서 산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크게 투자해 많이 뽑아낸다=국내 공연산업 시장 규모는 작년 1200억원에 이어 올해는 최대 1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매년 15% 이상 이어지는 뮤지컬 분야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한 수준.

제미로는 ‘미녀와 야수’에 20만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예상 매출액은 150억원, 순이익은 30억원에 이른다.

제미로의 뮤지컬 제작 현황(단위:억원)
작품제작비매출액수익
오페라의 유령15019242
캣츠265327
시카고30344
그리스15183
유린타운561
킹 앤 아이25261
미녀와 야수120150(예상치)30(예상치)
자료:제미로

뮤지컬의 수익성을 확인한 것은 2001년 말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 당시 국내 뮤지컬 공연 사상 최대인 150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192억원의 매출에 4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제미로는 2002년 ‘캣츠’ 투어 공연에서는 3주의 공연일정 만으로 2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어 작년 시카고(매출 34억원), 그리스(18억원), 킹 앤 아이(26억원), 유린타운(6억원) 등 모두 8편으로 15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뮤지컬 외에 매튜 본 작품의 발레공연 ‘백조의 호수’와 뮤직 퍼포먼스 ‘도깨비 스톰’ 등에도 투자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뮤지컬 제작 현황 (단위:억원)
작품제작비매출액수익
캣츠80정산 진행중(태풍으로 인한 환불사태 관련해보험처리 중)
맘마미아 9514045
용용나라로 떠나요862
캬바레20182
자료:CJ엔터테인먼트

▽치열해지는 경쟁=후발주자인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뮤지컬 ‘맘마미아’의 흥행 성공으로 공연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95억원의 제작비(로열티 포함)가 들어갔는데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45억원의 이익을 냈다.

작년 야외 공연 중 태풍으로 환불 사태가 발생한 뮤지컬 ‘캣츠’와 올해 ‘캬바레’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다. 반면 스릴러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내년 6월에는 영어 원판(原版) ‘오페라의 유령’과 8월 디즈니판 뮤지컬 ‘아이다’를 무대에 올린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월드는 일본의 최대 뮤지컬 기획 제작사인 ‘시키(四季)’와 손잡고 뮤지컬 재진출을 모색 중이다. 롯데그룹은 또 시키와 함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 옆 부지에 12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산업으로 뜰 것”=이들의 투자는 이제 뮤지컬 소비자층이 충분히 형성됐다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롯데월드 김정래 기획팀장은 “국민소득 향상과 주5일 근무제가 공연사업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새로운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접대 문화 변화도 고객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미녀와 야수’의 경우 SK텔레콤이 8000석, GM대우가 2000석을 예매하는 등 ‘큰손’ 소비자로 부상했다.

대기업의 자금과 마케팅 노하우는 이제 작품의 질만큼 중요한 성공 요소. 오리온그룹은 뮤지컬 마케팅을 계열사인 ‘메가박스’ 영화관과 레스토랑 ‘베니건스’, 케이블 방송 OCN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진행한다.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이성훈 과장은 “협력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대기업의 참여와 함께 예술 공연이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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