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추락한다]"장사요? 문만 열어놔요"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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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내 ‘자유시장’ 지하 1층. 손님이 없어 썰렁한데다 일부 매장은 아예 장사를 하지 않고 문을 닫는 등 자영업 불황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주기자
1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내 ‘자유시장’ 지하 1층. 손님이 없어 썰렁한데다 일부 매장은 아예 장사를 하지 않고 문을 닫는 등 자영업 불황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주기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역 앞에서 10여평짜리 한식당을 운영해 온 H씨(39)는 최근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식당에 취직했다. 작년만 해도 점심때면 60명 정도 되던 손님이 올해 들어 5, 6명으로 줄어들자 월세 23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영업을 포기한 것.》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전철역 앞에서 10여평짜리 한식당을 운영해 온 H씨(39)는 최근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식당에 취직했다. 작년만 해도 점심때면 60명 정도 되던 손님이 올해 들어 5, 6명으로 줄어들자 월세 23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영업을 포기한 것.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금호지구에서 지난해 11월 치킨 프랜차이즈 가게를 연 오주홍씨(39)는 종업원을 두지 않고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는데도 최근 들어 매달 200만원가량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불황과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적은 자본으로 가게를 마련해 생계를 이어가던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불황이라도 먹는장사는…’ 하는 말이 무색하게 음식점 임대료도 못 내는 곳이 늘고 있고 숙박업, 슈퍼마켓, 옷가게, 소규모 무역상 등도 타격을 입고 있다.

‘자영업 한파’는 남대문시장에 가면 금세 느낄 수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수입제품 상가인 ‘자유시장’ 지하 1층. 구경하는 손님조차 없어 한산한 이곳은 여러 개의 점포가 아예 문을 닫았다.

상가를 관리하는 ‘자유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전체 287개 매장 중 30개가 비어 있었는데 지금은 50여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점포는 월세를 받지 않고 보증금만 받겠다는데도 몇 달씩 가게가 나가지 않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5월 말 현재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후 제때 갚지 않은 원금과 이자 총액(연체 잔액)이 2조9600억원. 이는 지난해 12월 말 1조8000억원보다 무려 1조16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행에서 빌린 대출 총액 대비 연체 잔액 비율) 역시 지난해 말 2.1%에서 올해 5월 말 3.3%로 높아졌다. 전국에서 경매 처리되는 식당 등 근린생활시설도 최근 매달 5000여건에 이른다.

7월 말까지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 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2002년 10월 위원회 출범 이후 모두 21만8000여명. 이 가운데 16.5%인 3만5000여명이 ‘사업 부진’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자영업자라고 위원회측은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연구센터 금재호 소장은 “자영업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 중 상당수를 흡수하는 ‘고용 안전판’ 기능을 해 왔다”며 “자영업의 추락은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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