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화학, KP케미칼 8135억원에 인수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25분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이 29일 우리은행으로부터 KP케미칼의 경영권을 8135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호남석화는 연간 매출액 4조원의 업계 2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유통을 주축으로 했던 롯데그룹이 석유화학을 제2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셈. 전문가들은 “유통의 성장에 한계를 느낀 롯데그룹이 사업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10년 호황을 기대하는 석유화학=호남석화는 80년 롯데그룹에 인수된 뒤 업계 6위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LG화학과 컨소시엄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한 뒤 이번에 KP케미칼까지 인수해 LG화학(연 매출 4조4000억원)에 이어 업계 2위로 급상승했다. KP케미칼은 워크아웃 1호 기업인 고합에서 석유화학 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회사.

석유화학은 통상 ‘10년 주기’로 경기 사이클을 겪는다. 최근의 호황은 지난해 말 시작돼 아직도 8, 9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특히 ‘세계 섬유업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KP케미칼의 주력 품목이 섬유의 원료가 되는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이라 호남석화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호남석화 오성엽 전략경영팀장은 “호남석화는 내수 비중이 70%인 반면 KP케미칼은 수출이 80% 이상”이라며 “화학섬유 부문은 고객사도 같기에 시너지 효과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유통업 성장한계에 도달했나=롯데그룹은 유통이 주력인 기업. 총 36개 계열사 가운데 유통부문으로 묶을 수 있는 계열사가 20여개다. 백화점, 할인점을 거느린 롯데쇼핑은 올해 11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로 업계에서 ‘공룡’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은 마이너스 신장세를 겪고 있으며 할인점 롯데마트는 신세계 이마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통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계획하고는 있지만 성과는 그다지 나지 않는 편.

이런 점에서 최근 신격호 회장의 2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호남석화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도 석유화학 분야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 홍성수 애널리스트는 “롯데가 올해 한화스토아를 인수하는 등 꾸준히 유통에 투자하고는 있지만 유통분야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는 못했다”며 “이런 한계를 석유화학을 통해 어느 정도 메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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