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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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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한국증시는 정치 등 경제 외적인 변수에 쉽게 휘둘리는 데다 변동성도 크다”며 “기업과 시장전망만 잘 분석하면 예측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게 차라리 속편하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해외증시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해외증시로 시중을 떠도는 자금이 흘러들고 있는 것.
반면 한국증시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증시 공동화(空洞化)’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제의 양대축인 제조업과 금융이 동시에 공동화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갈 곳 없는 돈은 해외로, 해외로=21일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금액(매입대금 기준)은 5억7889만달러(약 6657억원)로 통계가 집계돼 1994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4억6085만달러에 비해 1억1804만달러(26%) 늘어난 수치.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온라인 주식거래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개인투자자와 법인 등이 온라인주식거래시스템(HTS)을 통해 미국증시에서 거래한 건수는 모두 4500건, 거래대금은 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00건(50%), 3400만달러(227%) 증가했다.
리딩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1월 말 1100개였던 미국증시 투자 온라인 계좌가 7월 현재 1600개로 500개 정도가 늘었다.
리딩투자증권 김우석 국제영업팀장은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계좌가 한달 평균 100개씩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불투명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해외증시에 투자하거나 달러 보유 자산을 늘리려는 수요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일본 미국 등 해외증시나 부동산 금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상품이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해외투자 열풍을 입증하는 사례.
▽‘증시 공동화(空洞化)’ 우려=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한국증시는 현재 ‘탈진상태’에 가깝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여력을 알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이달 들어 지난해 7월 평균보다 2조2000억원 이상 줄었다. 20일 고객예탁금은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7조7501억원까지 떨어졌다.
거래대금도 연중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조71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조3604억원)에 비해 28%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 박미경 여의도 PB센터 지점장은 “부자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투자할 곳이 없느냐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일부는 해외증시나 부동산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줄면서 국내증권사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42개사)의 올해 상반기(1∼6월) 세전이익은 2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0억원(59.5%) 감소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제조업은 중국으로, 소비나 투자는 해외로 나가는 추세이다”며 “‘증시자금마저 해외로 나갈 경우 한국증시는 자본시장 기능을 상실하고 금융산업 기반도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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