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부총리 등 野人시절 은행서 月500만원 자문료 받아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54분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열린우리당 강봉균(康奉均·전 재정경제부 장관) 의원, 이근영(李瑾榮)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 고위 경제관료 출신 4명이 공직에서 떠나 있던 시절 국민은행으로부터 월 500만원씩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당사자들은 “경영 조언을 해주고 받은 돈이며, 세금까지 모두 냈다”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반면 야당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집 등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시점 및 과정과 관련해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이 이 부총리, 전 감사원장, 이 전 금감위원장에게 과거 월 500만원씩의 자문료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7일 밝혔다.

또 본보 취재 결과 강 의원도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18일 밤 확인됐다.

이 부총리는 2002년 11월부터 올해 2월 부총리로 입각하기 전까지 월 500만원씩 모두 8000만원, 전 감사원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3개월 간 1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이 전 금감위원장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2000만원을 받았다.

또 강 의원은 2002년 4월부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직전인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2000만원을 자문료로 받았다. 강 의원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6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있었다.

국민은행은 “고위 공직자 출신의 풍부한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2002년 은행 내 경제경영연구소를 만들어 경영자문위원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부총리는 “2000년 8월 재경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2년 이상 지난 상황에서 고문으로 국민은행 합병 이후 전략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며 “명목상으로는 월 500만원이지만 세금 등 이것저것을 다 떼면 260만∼270만원 수준이고 세금도 모두 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은행 임원을 상대로 강연을 한 뒤 국민은행측에서 ‘자문을 받고 싶다’고 요청해와 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금감위원장은 “은행도 아닌 경제연구소의 고문료를 받는다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전 감사원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으나 한 측근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A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전직 고위 관료를 챙겨준 ‘보험’ 성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전직 경제관료들이 기업활동에 공개적으로 참여하고 수입을 올린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공직자들의 도덕적 수준이 이 정도까지 떨어졌는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경제부처 및 금융계에서는 ‘이헌재-전윤철 흔들기’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이 부총리 및 전 감사원장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쪽에서 언론을 통해 흘렸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번 자문료 논란은 감사원이 16일 금감원의 책임을 중시하는 내용의 카드특감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17일 불거졌다. 그러나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음모론은 금감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386세대 경제무지론(無知論)’ 등 최근 이 부총리의 행보(行步)와 연관시켜 보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부총리는 14일 “한국 경제가 한계에 부닥친 이유는 주력세대인 386세대가 정치적 암흑기에 저항운동을 하느라 경제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현직 여당의원인 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이름만 나온 것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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