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차산 개발-보호 ‘두토끼’ 잡을까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23분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 경기 구리시에 둘러싸인 아차산.

1997년부터 4년 동안 고구려 남진정책의 상징적 유물인 보루성(堡壘城·큰 성을 방어하기 위해 주변에 쌓은 작은 성) 15개와 고구려 유물 1500여점이 발굴되면서 이곳은 고구려 유적의 보고(寶庫)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개발의 ‘열풍’은 비켜 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강동 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아차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을 계획이다. 또 구리시는 아차산 자락의 자연녹지를 주거지역으로 바꿔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아차산 일대를 국가 사적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중랑구 사가정길과 강동구 암사동을 연결하는 6.5km 도로를 내년 착공해 2008년 말까지 개설할 계획이라고 올해 초 밝혔다.

서울시는 이 도로가 뚫리면 2009년 기준으로 천호대로의 교통량은 25%, 구리시와 광진구 광장동을 잇는 국도 43호선의 교통량은 37%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1070억원의 민자를 들여 아차산을 관통하는 용마터널 건설 공사. 이 터널은 아차산의 가장 근접한 고구려 유적지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다.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터널공사가 유적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건설 부서에 정밀 검토를 의뢰했으나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5월경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에 대해 문화재청의 심의를 요청했다”며 “아차산의 암질(巖質)이 견고해 터널공사가 유적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리시가 3월 건설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한 도시기본계획에는 아차산 자락 9만5700여평을 포함해 3곳의 자연녹지(13만4800여평)를 주거용지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아차산 자락 교문동 일대의 경우 이미 감사원 직장조합 등 2곳이 아파트 건립을 위해 조합설립 신고를 마친 상태. 이들 조합은 자연녹지가 주거용지로 바뀌면 약 4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아파트를 건립할 계획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 모두 저밀도 개발만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서울시와 구리시의 이 같은 개발계획에 발끈하고 있다.

구리·남양주시민모임의 안승남 의장은 “서울시는 아차산에 대한 국가 사적 지정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터널 공사를 벌이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터널 공사 반대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또 “구리시의 개발계획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재청은 다음 달 열릴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아차산 일대에 대한 국가 사적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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