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企 종합대책]기술력 평가 전제없인 효과 미지수

  • 입력 2004년 7월 7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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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민생점검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박승 한국은행 총재, 김대환 노동부장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왼쪽부터)이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박경모기자
7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민생점검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박승 한국은행 총재, 김대환 노동부장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왼쪽부터)이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박경모기자
정부가 7일 중소기업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은 국가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경영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체 수는 1998년 261만개에서 295만개로 증가했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도 같은 기간 766만명에서 1039만명으로 늘었다.

외형은 이처럼 빠르게 성장했지만 경쟁력 지표는 급속도로 악화되는 추세다.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2002년 10.21%에서 지난해 5.39%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고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3%에서 4.6%로 떨어졌다.

정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730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는 올해 들어 중소기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52.3%는 현재의 경영 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했으며 좋다는 업체는 9.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보통 수준이라고 답했다.

2001년말 이후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는 기업은 61.2%에 이르는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25.5%에 그쳤다.

특히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17.5%는 ‘현재 이자나 원금을 연체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정부가 밝힌 종합대책은 어려움이 가중되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 가능한 모든 처방을 동원했다.

먼저 1조원의 투자 재원을 조성해 중소기업투자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500억원을 출연해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공급을 3조원 늘리기로 했다.

또 기업은행은 8월부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물품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곧바로 납품대금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 대출과 신용보증의 만기를 현행 1년에서 3∼5년으로 장기화하고 기업은행의 한도대출 대상 기업을 현재 130개에서 15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기술사, 대기업 퇴직자 등을 채용할 때 1인당 120만원씩 3명까지 지원하는 전문인력 채용장려금제를 신설했다.

정부는 그러나 무차별적인 지원보다는 살릴 만한 기업은 과감히 지원하고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은 서둘러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신액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을 통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강도 높게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종합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관계자는 “전문적인 기술력 평가를 전제로 하지 않는 자금 지원은 또다시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국책 금융회사를 앞세워 무작정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5%대 성장? 또 희망사항!▼

정부는 7일 내놓은 ‘2004년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통해 올해 한국경제가 5%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발표된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활성화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내수(內需), 유가 불안과 수출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정부는 연초부터 내놓은 고용 창출형 투자활성화대책,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등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어 연간 5%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전망치(50억∼60억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200억∼250억달러로 예상되는 것도 정부가 낙관론을 펼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을 잡고, 수출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 시기 분산, 이동통신 요금 인하, 건강보험용 약값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올해 싱가포르, 내년에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계획이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와는 올해 하반기, 인도와는 내년 상반기 중 FTA 체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한미 투자협정(BIT) 협상도 하반기 중 재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전망이 아니라 희망사항일 뿐”=많은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그나마 내수를 지탱해오던 건설경기가 침체돼 있는 데다 하반기에는 수출도 둔화되고 있는 만큼 5%대를 낙관하기 힘들다”며 “내수 회복이 되지 않으면 4%대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과 중국 경기 침체 가능성, 미국 금리 인상, 세계 경제 침체 등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경제 성장률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대통령이 내년부터 6%대 성장을 이루겠다고 한 국회 발언 때문에 성장 잠재력을 넘는 고성장을 인위적으로 추진하면 물가 불안으로 이어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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