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 책임법 “PL센터에서 보상 받으세요”

  • 입력 2004년 6월 20일 18시 05분


해외에서는 한국과 달리 결함이 있는 제품에 대한 리콜이 활발하다. 지난해 4월 호주의 최대 비타민 제조회사인 ‘팬 파머슈티클’이 영양제 등 219종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자 한 약국의 약사가 해당 제품들을 쓸어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해외에서는 한국과 달리 결함이 있는 제품에 대한 리콜이 활발하다. 지난해 4월 호주의 최대 비타민 제조회사인 ‘팬 파머슈티클’이 영양제 등 219종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자 한 약국의 약사가 해당 제품들을 쓸어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PL법이란?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경고를 제대로 안한 것도 포함) 때문에 생명, 신체,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을 때 제조 또는 가공, 수입한 업체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법. 피해자가 업체의 과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제품과 피해간 인과관계만 입증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PL은 Product Liability의 약자로 PL법은 세계 30여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불량 만두’ 파동, 압력밥솥 폭발 사고 등으로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소비자들은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도 구제절차를 몰라 물건을 산 영업소에 항의만 좀 하다가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피해구제를 받을 방법은 다양하다. 제조물책임(PL)법이 2002년부터 시행되면서 법적으로는 소비자 피해구제 수준이 선진국에 못지 않기 때문.

▽PL 상담센터를 이용하라=A씨는 지난해 화장품을 쓴 뒤 피부 트러블이 생기자 화장품공업협회 산하 PL 상담센터에 전화를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아닌데 화장품을 쓴 뒤 울긋불긋 피부발진이 생겼기 때문. 제품을 판 곳에서는 “안전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라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지만 PL센터의 조언에 따라 피부과에서 받은 치료 명세를 제출하자 해당 화장품 회사에서는 치료비를 지불했다.

PL상담센터는 PL법이 발효되면서 기업과 소비자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생긴 곳. 소비자보호원이 정부기관이라면 PL상담센터는 기업들이 주체다.

전자제품 자동차 생활용품 등 13개 분야가 있는데 소비자의 항의를 기업에 전달해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한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거나 보상규모가 작을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PL센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상을 해준다.

화장품 PL상담센터 서선영 대리는 “소비자가 의사 처방전을 내거나 다른 부위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확인되면 대부분 치료비와 교통비 등 보상금까지 준다”고 설명했다.

식품도 마찬가지. 한국식품공업협회 유영진 PL센터 부장은 “이물질이 들어있거나 변질됐을 때 소비자의 보관 과실이 의심되더라도 보상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있는 사안은 PL센터에서 중재가 되지 않기도 한다. 소비자가 이미 다 먹어버린 식품으로 인해 배탈이 났다고 주장하거나, 자동차 엔진에서 소음이 심하게 나지만 업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볼 경우 등이다. 이때는 소보원의 분쟁조정국으로 넘어가거나 바로 소송에 들어가기도 한다.

소보원(080-900-3500)에 불량제품을 신고하거나,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에 제보하는 것도 좋다.

▽리콜제도 더 확산돼야=리콜은 제조업체가 제품의 결함을 발견했을 때 생산 일련번호를 추적해 공개적으로 제품을 모으고 특별 점검을 하는 것이다. PL상담이나 소송에서는 당사자만 구제받지만 리콜은 같은 번호의 제품을 산 모든 사람이 구제를 받는다.

PL법 발효로 리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난해 리콜은 총 74건이었는데 이중 자동차가 59건으로 특정 분야에 편중돼있다. 지난해에는 식품과 공산품 리콜도 있었고 올해는 휴대전화용 모바일 게임, 극장 서비스 등으로까지 품목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건수는 여전히 미미한 편. 미국에서는 지난해 자동차 등 이동수단과 관련된 리콜이 529건, 일반 소비재 리콜이 280건이었다.

한국에서는 자동차의 경우 건설교통부나 환경부가 직접 리콜시행 명령을 내리지만 화장품(식품의약품안전청), 공산품(산업자원부), 식품(농림부) 등은 관련 부처가 해당 시도에 집행을 위임하게 돼있어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

리콜이 결정된 제품이라도 그 전에 소비자가 스스로 돈을 들여 결함을 고쳤다면 이를 보상해주지 않는 것도 제도상의 맹점이다.

권재익 소보원 소비자안전센터 소장은 “기업들은 문제를 숨기려 해선 안되며, 소비자 역시 ‘리콜하는 업체가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올바른 기업정신을 가진 회사’라는 식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분야별 PL상담센터 현황
기관전화번호대상제품
전자제품 PL상담센터02-565-9325TV 비디오 압력밥솥 등 가전제품 전반
자동차 〃02-3660-1874자동차 종류
생활용품 〃02-2102-2712완구 가구 등 생활용품
가스기기 〃031-480-2985가스보일러, 가스기기 등
기계〃02-369-7818냉동공조기기, 공작기계 등
화학제품〃02-780-8797염료, 접착제, 유기화학 등
중전(重電)기기〃02-581-8604변압기, 발전기 등
전기제품〃02-579-3291전선, 조명기기 등
의약품〃02-521-1303의약품
화장품〃02-782-0367화장품
식품〃02-585-5052(131)식품
의료기기〃02-586-7404의료기기, 의료용구
소방 방재제품〃031-289-2980소화기, 방염제품, 방화복 등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