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부평 현대케미칼

  • 입력 2004년 6월 9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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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토양오염이 심각해 농사에 큰 타격을 받고 있지요.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 주민들이 앓고 있는 괴질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토양오염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인천 부평구 산곡동 현대케미칼의 박정기 사장(49)은 농촌에서 병충해나 환경오염 사건이 발생하면 진행과정을 유심히 관찰한다.

이는 박 사장이 아파트나 공장 등의 식수 녹물 제거를 위한 화학약품을 생산하다 5년 전부터 유기농 비료를 본격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대풍’과 ‘작물나라’는 산성 토질을 중성화하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한 친환경 제품.

이 제품은 규석광산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을 가공 처리한 것으로 호남, 충청지역 농민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 익산시 이떼기마을에서 30년째 농사를 지어온 강희씨(59)도 올해 이 회사 제품으로 인해 큰 재미를 봤다.

강씨는 “비닐하우스 1000평에 심은 토마토가 시들병을 앓았지만 이 제품을 사용한 뒤 병도 없어지고 당도와 색상이 뛰어난 열매를 맺었다”며 “7월에 시작할 메론 농사에도 이 제품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포도, 토마토, 벼 등의 작물을 이 회사 제품으로 시험 재배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는 3월 홍콩, 대만에 파견한 해외시장개척단에 현대케미칼을 포함시킨데 이어 7월에는 자매도시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후루다오(湖蘆島)시 간부 15명을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농업현장에 시찰시킬 예정이다.

박 사장은 녹물 제거에 효과가 높은 약품을 개발하다 우연히 동양 고문서와 논문 등에서 규소가 뛰어난 정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기 수원시 농촌진흥청 농업도서관에서 규소 성분이 토양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소개한 문헌을 접했고 실제로 정부가 1970, 80년대 규산질비료를 농촌에 무상 공급한 것을 알았어요. 이에 착안해 규소 순도 99.9%인 광산에서 돌을 캐 온 뒤 물에 녹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가 2년간의 시험연구 끝에 내놓은 제품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철 칼륨 나트륨 티탄 등 30 여종의 미네랄이 함유됐다는 성분검사 인증을 받았다. 또 규소 성분을 이용한 이 회사의 정수처리기법은 특허를 받았다.

박 사장은 “농산물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업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는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가격을 더 낮추고 효능을 높이기 위해 산학협동을 통해 나노기술을 결합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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