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재경부 “카드대란 네탓”

  • 입력 2004년 6월 5일 00시 33분


2001년 5월 금융감독위원회가 재정경제부에 길거리 회원 모집 금지 등 신용카드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으나 재경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 390여만명, 카드사 부실화 등 카드대란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감위는 “재경부가 당시 규제 완화에 치우쳐 현실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금융감독으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재경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해 논란이 예상된다.

4일 금융계 및 금융감독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위는 2001년 5월 △카드사의 부대업무(현금서비스 등 현금 대출업무) 비중 축소 △길거리 회원 모집 금지 △카드 발급기준 강화를 담은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종합대책이 시행됐다면 카드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감독당국의 주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2001년 5월 여신금융전문업법 시행령 개정권을 쥐고 있는 재경부에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경부가 이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위는 이후 자체 감독 규정을 바꿔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같은 해 7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금감위 관계자는 “규개위는 카드사가 길거리 모집을 하더라도 신청자의 신용을 평가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재경부나 규개위가 규제 완화라는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변양호(邊陽浩)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은 “당시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의 시행령 개정 요청을 받았으나 이는 감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변 원장은 또 “소득이나 결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현금서비스 대출을 한 카드사에 영업정지 등 감독 조치만 제때 내렸다면 신용카드 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이와 관련된 제재는 2002년 3월에야 처음 나왔다”고 비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카드규제 대책이 당시 DJ정권의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론에 밀려 힘을 잃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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