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재계 간담회]대통령 “규제완화 중요성 새삼 절감”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분위기는 딱딱했지만 그룹 총수들이 할 말은 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姜信浩) 회장은 25일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간의 청와대 간담회가 끝난 뒤 전경련 임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회동 성과를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강 회장은 식사자리에서 청와대가 발표하지 않은 회동내용까지 자세히 소개하면서 회동 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고 전경련의 한 임원이 전했다.

강 회장이 꼽는 첫 번째 성과물은 정부와 그룹 총수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그는 “대선자금 수사로 정부와 불편한 총수가 많았는데 이날 회동으로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간담회에서 최태원(崔泰源) SK그룹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노 대통령의 표정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

그룹 총수들은 또 실제 사례를 근거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입지 규제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털어놓는 등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당초 전경련은 그룹 총수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상위 그룹 총수는 그룹의 투자확대 계획을, 중하위 그룹 총수는 기업경영의 고충을 각각 얘기하는 시나리오를 그룹 실무자 회의에서 마련하기도 했지만 실제는 이와 달랐다는 것.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규제완화가 이렇게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말하는 등 정부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는 게 전경련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은 간담회 도중 휴식시간에 규제완화를 언급한 그룹 총수를 향해 “당신 오늘 한 건 했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는 것. 다만 재계에서는 정부가 그룹 총수들의 건의사항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른바 ‘개혁 원칙’에는 변화가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한 기업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언론이나 경제단체에서 제기하는 어려움을 분석해보면 핵심을 비켜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향후 정부와 재계의 관계는 그때그때 협력과 갈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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