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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6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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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기계를 1억원 넘게 주고 구입했지만 중고시장에 매물이 넘쳐 예상가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사려는 사람이 없어 팔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3년 정도 사용한 중고기계 가격이 새 기계의 70∼80% 선을 유지했지만 최근 매물이 늘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계 상황에 이른 중소기업들은 다른 업종으로 바꾸거나 아예 국내 사업을 정리해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로 나가고 있다.
▽업종을 전환한다=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C정밀 이모 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선회사에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이어서 올해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에는 그나마 현상유지를 했지만 올해는 아주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직원이 30명 정도 되는데 절반을 내보낼 생각입니다.”
이 사장의 올해 목표는 흑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 본격적인 매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를 억누르고 있다.
회사 부근에서 사업을 하던 친구는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사업을 접고 외국으로 떠났다.
이 사장은 “그래도 한국을 지켜야지 하는 생각에 사업 포기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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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간다=모터펌프를 생산하는 K공업 양모 사장은 올해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하수처리장 빗물펌프장 등에 펌프를 납품하는 양 사장은 요즘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그는 “경기침체로 매출액이 줄고 있다”며 “내수보다 해외로 눈을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이 해외이전을 생각하는 다른 이유는 고용의 탄력성. 경기가 나쁘면 직원을 줄이고 반대로 경기가 좋으면 직원을 늘려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쉽지가 않다.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저임금도 매력이다.
“한국은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습니다. 중국에 단순히 저임금만을 노리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기업이 많기 때문에 기술력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해 9월 375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7%가 생산설비의 해외이전을 추진 또는 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는 중국을 대상지로 꼽았다.
▽정부 대책은 ‘글쎄…’=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최고의 정책파트너로 삼겠다”며 지원 의지를 밝혔다.
중소기업청은 이달 초 △자산유동화증권 9000억원 발행 △특수목적펀드 2200억원 결성 △중소기업 정책자금 6000억원 추가 조성 등의 자금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선 중소기업 사장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기계설비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면 정부는 약간의 돈을 빌려주는 게 고작이다. 진정으로 바라는 대기업과의 납품관계 개선, 기술 중심의 자금지원 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인 B사장은 “정부를 믿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성이 커 해외로 나가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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