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옥석가리기 시작됐나?… 대형우량주 다시 ‘입질’

  • 입력 2004년 5월 24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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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판 주식보다 산 주식이 많은 것)’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급매물에 시달리던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도 모처럼 외국인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대표적인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대만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아시아지역의 주식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국가별, 종목별로 차별화된 대응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대형주 입질=외국인은 지난주 거래소시장에서 473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2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인 셈이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1040억원), 전기전자(730억원), 화학(550억원), 은행(450억원), 철강금속(410억원) 등의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특히 폭락장에서 급매물이 쏟아져 나왔던 대형 우량주와 전기전자업종 등 한국의 알짜 종목에 외국인의 ‘입질’이 다시 시작된 것도 긍정적인 대목.

외국인들은 지난주 △포스코(450억원) △국민은행(437억원) △현대자동차(408억원) △삼성전자 1우선주(145억원) △신세계(145억원) 등 대형 우량주를 순매수했다. 주가가 800선 밑을 맴돌면서 저평가된 우량주에 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동양종금증권 송명준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고 대형 우량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점을 볼 때 최악의 상황은 일단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옥석가리기 진행 중=외국인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면 ‘한국 편애’가 두드러진다. 정치 불안이 커진 대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하루 평균 24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지난주까지 19일 연속 이어갔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비중 축소 움직임을 국가별 ‘옥석 가리기’로 볼 수 있다”며 “정치가 불안정한 대만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 관련 해외 펀드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고,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그치지 않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13∼19일) 아시아지역(일본 제외) 펀드, 글로벌신흥시장 펀드(GEM), 인터내셔널 펀드, 태평양지역 펀드 등 한국 관련 펀드에서 7억3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강도는 약해졌지만 4주 연속 자금 유출이 지속된 셈이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외국인들이 선물과 현물 시장에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들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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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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