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중요치 않다” 美기업 아웃소싱 늘어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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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인력과 서비스를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외 아웃소싱은 비용 절감을 위해 기업들이 꾸준히 진행해 온 전략. 그동안의 아웃소싱이 경영진 주도로 진행됐다면 최근 아웃소싱이 늘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 행태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소비자, “무조건 싼 게 좋아”=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 그룹이 미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아웃소싱 설명회에서 이 같은 경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최근 보도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마이클 트리시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과거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경영진에 의해 추진됐던 해외 생산이 이제 소비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USA’를 신뢰해 비싼 가격을 주고라도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가격이 싼 물건만을 찾고 있다는 뜻. 이에 미국 기업들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도 멕시코 러시아 등 인건비가 싼 세계 각국에서 아웃소싱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1999년 LG전자에 인수된 미국 전자업체 제니스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일부 제품의 생산 물량을 해외로 돌려 가격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뒤에도 미국 내 생산을 고집하다 결국 경영난을 겪게 됐다는 것.

트리시 교수는 “전반적인 산업구조가 글로벌화되는 만큼 ‘어디서 생산하느냐’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재편해 수익성을 높일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미국 기업인들의 경영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칼라 업종도 아웃소싱=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1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해외로 옮겨지는 미국 내 화이트칼라 서비스 직종의 일자리가 지난해 31만5000개에서 올해 58만8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이 업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인력 아웃소싱 분야가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프로그래밍, 고객 서비스 등으로 폭넓게 확대되면서 미국 내 일자리의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레스터 리서치 존 매카트니 연구원은 “현재는 정보통신, 텔레마케팅 부문 등에서 해외 아웃소싱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법률 예술 건축 인사관리 등 전문직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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