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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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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블랙 먼데이’에 이어 일주일 만에 또다시 증시에서 나타난 월요일의 급락 장세. 17일 30대 회사원 대여섯 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사무실에서는 연달아 한숨이 터져 나왔다. 소액 투자를 해 온 허모씨(30)는 “손실이 얼마나 났는지 계산하기도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급락장 속에서도 반등 기대감, 저가 매수에 대한 논의들이 간간이 오가던 일주일 전과는 딴판이었다. 그만큼 증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졌다.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불안감=망연자실한 투자자들과 썰렁한 객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알 만한 악재는 이미 시장에 알려졌는데도 하락 폭이 오히려 커지자 투자 심리는 ‘공포’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마치 ‘얼굴 없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과 비슷한 불안감이 팽배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명동지점에 나와 있던 투자자 A씨는 “중국 쇼크와 미국 금리 인상 임박, 고유가 문제 등은 다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또 급락하는 것이냐”며 “뭔가 내가 모르는 악재가 숨겨져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저가(低價) 매수를 시도했거나 기회를 노렸던 투자자들도 몇 명의 ‘고수(高手)’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30대 C씨는 “대통령 탄핵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는 반등할 것으로 생각해 최근의 급락을 견뎌왔는데도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삼성증권 Fn아너스 청담지점 김선열 지점장은 “증권회사 경력 10년이 넘도록 이렇게 단기 급락한 적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매도 타이밍을 놓친 고객들의 문의 전화 몇 통을 빼고 고객 예탁금 130억여원이 꿈쩍도 안 한다”고 말했다.
▽“답답해서 미치겠다”=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선물시장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도 속출했다.
40대 후반의 주부 K씨는 “완전 자포자기 상태다. 선물 투자 원금은 고사하고 추가 증거금을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메워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라고 털어놨다.
방향을 못 잡는 것은 영업 직원들도 마찬가지. 이들 사이에서는 “답답해서 한강에라도 뛰어들고 싶다” “그래도 아직 자살 소식이 안 들리는 것을 보니 바닥은 아니다” 등의 흉흉한 이야기까지 떠돌았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그래도 종합주가지수가 700선 초반을 지지선으로 삼아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60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한 투자자는 심지어 3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뱉기도 했다. 여기에는 향후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전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기관들도 패닉(공황) 상태에 들어가면서 우량주마저 손절매하기 시작했다”며 “추세가 붕괴돼 더 이상 저점 매수가 의미가 없는 상황이므로 리스크 관리에 모든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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