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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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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미래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야만 부품업체나 후방산업의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에 나선다는 것.
최근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코오롱과 효성 등 중견그룹이 정보기술(IT) 부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그 후방효과로 중소기업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분야를 제외하고 대기업이 과감하게 미래 수종(樹種)사업으로 키우는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다.
LG경제연구원 조용수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투자성향이 외형 성장 위주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으로 크게 달라졌다는 것. 또 가동률이 높아져도 생산설비 확장에 나서지 않고 투자자금도 대출보다 내부 현금으로 조달하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원천기술의 부족도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중요한 이유. 저가를 무기로 추격해 오는 중국 기업을 따돌리려면 신기술이나 고가제품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워낙 커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돈을 주고서도 기술을 사기 어렵다.
매킨지컨설팅 최정규 대표는 “중국의 등장으로 과거와 같은 대량 생산과 저가를 무기로 하는 경영전략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지만 과거 성공경험에 묻혀 새로운 경영전략을 개발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며 “이 때문에 중국으로 나가려는 기업만 많고 국내 신규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진국과 같은 산학연의 원활한 협동관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도 전통 업종의 신규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대구 염색단지의 L사장은 “정부에서 섬유업을 살리기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밀라노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선 기업에 도움을 준 적이 별로 없다”며 “중소기업 혼자 모든 위험을 안고 고부가가치 기술에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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