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횡령 카드사직원 ‘기막힌 행적’

  • 입력 2004년 4월 12일 18시 51분


‘1억원대 고급승용차, 강남 룸살롱 파티, 카지노 VIP고객….’

회사돈 400억원을 횡령한 옛 우리신용카드 박모 과장(36) 등 4명에게 지난 4개월은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이었다.

박 과장과 부하직원 오모 대리(32), 오 대리의 중학교 동창 김모씨(32) 등 3명은 우리은행과의 합병으로 어수선하던 지난해 12월 2일 우리신용카드에서 46억원을 처음으로 빼돌렸다.

선물옵션으로 이 돈을 부풀릴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열흘 뒤인 12일 오씨가 퇴근길에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던 택시운전사 박모씨(37)를 만난 뒤부터. ‘행동대원’ 박씨를 영입하면서 투자는 활기를 띠었고, 1월 중순부터는 인근 A빌딩에 20여평짜리 사무실을 얻어놓고 투자회사까지 설립했다. 가끔 이익도 봤지만 3월 초까지 손실액만 200억원.

그러나 박씨가 “거액을 잃으면 곧바로 거액이 입금돼서 신기했다”고 할 만큼 이들은 회사 돈을 개인돈처럼 마구 빼돌렸다.

1억원대의 고급승용차를 구입하고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매달 2000만원 이상을 흥청망청 뿌렸다. 주말마다 강원랜드 카지노로 향하면서 투자회사 장부에 출장비 명목으로 기록한 카지노 도박비만 7차례 4억7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합병 하루 전날인 3월 30일. 이들은 200억원을 한꺼번에 빼돌려 ‘마지막 도박’에 나섰지만 이 돈도 대부분 날렸다. 결국 400억원의 횡령액 중 잔액은 불과 15억원.

결국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2일 항공권을 예매하고, 나흘 후인 6일 오후 2시반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행 중 오씨는 공항에 가기 전 급히 한 친척의 직장에 들러 1만원짜리 지폐로 2억1000만원이 들어 있는 돈가방을 맡기면서 “가족을 잘 부탁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오씨가 자살할 것을 염려한 친척이 실종신고를 한 시간은 6일 오후 2시. 경찰이 이들을 붙잡기에 30분은 너무 짧았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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